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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바라트’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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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도의 국명 교체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 인도가 참가국 정상에게 보낸 만찬 초대장에 인도 대신 바라트(Bharat)란 국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바라트는 인도인 사이에서 국호로 널리 사용되는 명칭이다. 인도 헌법 1조 영문판은 “인도, 즉 바라트는…”이라고 시작한다. 힌디어 판은 “바라트, 즉 인도는…”으로 순서가 바뀌어 있다.
□ 두 국호 사이에는 정치적 긴장감이 흐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당명에 바라트를 사용하고, 이에 맞서는 26개 야당 연합 명칭이 INDIA(인도국가발전포용동맹)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 바라트는 인도 최대 종족 힌두족 신화에서 유래한다. 반면 인도는 인더스강에서 유래해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됐다. 1949년 헌법 제정 당시 인도가 바라트를 제치고 정식 국호가 된 것에는 다민족 국가 화합의 정신이 담겨있다.
□ 국토나 국가 정체성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널리 알려진 국명을 바꾸는 것은 국가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과 관련이 깊다. 튀르키예가 널리 알려진 영문 국호 ‘터키’를 자국 발음 ‘튀르키예’로 불러달라고 유엔에 요청하던 2022년은 경제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1년 뒤 대선 지지율이 야당 후보에게 뒤지던 때이다. 1989년 버마가 미얀마로 국호를 변경한 것도 군사 정권 정당성 강화와 무관치 않다.
□ 영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편집증적 민족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내부 모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억압하는 국가지도자가 늘고 있다는 경고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인도 모디 총리다. 그는 무슬림 남성과 힌두교 여성의 결혼을 금지하는 ‘러브 지하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모디가 ‘인도’를 ‘바라트’로 바꾸면 당장은 다수 힌두족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20% 소수 민족에게는 소외를 부르는 이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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