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받는 날 금리, 계약 때보다 올라도... 은행선 '무소식'

입력
2023.09.07 12:00
수정
2023.09.07 14:5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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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은행 불공정 약관 시정 요청
멋대로 서비스 중단 가능한 조항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정부가 수수료 연체 시 따로 통보하지 않고 거래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기업, 개인 고객에게 불리한 금융권 약관을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 1,391개를 심사한 결과 129개 조항이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 금융위원회에 시정 요청을 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2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 후속 조치로 금융권 불공정 약관을 들여다봤다.

대표적 불공정 약관으로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제한·변경할 우려가 있는 조항을 꼽았다. 예컨대 공정위는 청소년이 선불카드 이용 시 '기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서비스를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약관을 문제 삼았다. 앱으로 알리는 안내 사항은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를 서비스 제한 사유로 규정한 건 부당하다고 봤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자금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이 이용수수료 연체 시 통보 절차 없이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약관도 시정 대상에 올랐다. 사전 통지 절차를 통해 기업 스스로 시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약정일 금리와 대출 실행일 금리가 다를 경우 대출자에게 개별 통지를 생략하는 약관을 뒀다. 실제 대출금을 받은 날 주담대 금리가 은행과 계약한 날보다 올라도 대출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불친절한 조항'이다.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약관 목록을 넘겨받은 금융위는 관련 은행에 해당 약관 시정을 주문할 방침이다. 은행이 약관을 개정하기까진 3개월 걸린다. 금융위는 약관 신고 시 금융회사가 공정위의 주요 불공정약관 지적 사례에 대해 자체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불공정 약관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체점검이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금융투자업자가 운영 중인 약관 심사 결과는 각각 10월, 12월에 내놓을 예정이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이번 시정 요청으로 불공정 약관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고 은행 책임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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