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묘르신'과 깨발랄 '아깽이'의 동거.. 할 수 있을까요?

Q. 안녕하세요, 만 15년이 넘는 아비시니안 외동묘와 사는 집사입니다. 최근 아깽이를 보호하는 이유로 합사를 시도한지 10일이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새끼 고양이가 성묘를 너무 못살게 굴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깽이의 식성이 매우 좋고, 에너지가 넘치고 잘 놀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노령묘를 우습게 아는지 겁을 전혀 못 느끼고 털을 부풀려서 냥펀치를 날리고, 꼬리를 가지고 놀며 괴롭힙니다. 노령묘의 스트레스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 거의 격리중이에요. 아깽이는 사람들의 손발과 형님 냥이를 놀이대상으로 보다 못해 만만하게 대하는지, 저돌적으로 달려가 덤비거나 꼬리를 잡고 귀찮게 해서 항상 격리시키기 급급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지 큰 걱정입니다. 특히나 노령묘 성향이 아주 순하고 착해서 합사 과정에서도 하악질을 거의 안하고 천천히 다가서는 반면, 아깽이는 뻔뻔한 태도가 어이 없을 정도입니다. 참다참다 결국 노령묘가 자리를 뜨고 숨거나 피해버리는 주객전도 상황이 되어 동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아깽이와 성묘의 수월한 합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A. 안녕하세요. 고양이 행동 전문가 김명철 수의사입니다. 우선 보통 고양이들의 이상적인 합사는 첫째 고양이가 7살 이전인 점은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만 첫째 고양이가 새로 온 새끼 고양이의 체력을 받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연자님께서는 이미 새로운 새끼 고양이와의 합사가 진행 중인 상태이므로 시급하게 관리가 필요한 부분들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고양이들의 이상적인 합사는 첫째 고양이가 7살이 되기 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이 차이가 많은 고양이들의 합사?

노령묘와 새끼 고양이의 합사를 설명할 때 항상 예로 드는 상황이 있습니다. 지금 만 15년이 넘는 첫째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70대 중반 정도 되었고, 새끼 고양이가 2개월령이라면 사람 나이로 2-3살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3살 정도의 손주를 돌봐야 하는 격인데요. 거기다 혼자서 케어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어떨까요? 분명 최고 난이도의 일이 될 것입니다.

고양이 나이 만 15살은 사람 나이로 70대와 같다.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고양이와 합사는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3세 사람 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집안 곳곳을 다니며 사고를 칠지 모릅니다. 보호자가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무슨 일 생길지 모르죠. 게다가 넘치는 에너지로 끊임없이 놀아 달라고 보채겠죠! 이 어린 아이에게 주변에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리는 것이 가능할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방학 기간이라서 아이가 집에만 있어야 한다면 그 기간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매일 녹초가 될 만큼 아이를 위해 시간을 써야만 합니다.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합사 시 주의사항과 첫째 고양이를 위한 솔루션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고양이 합사 시 주의점

먼저 지금 상황으로 보았을 때, 첫째 고양이가 둘째 고양이를 반강제적으로 놀아주거나 케어하는 모습인 것 같은데요. 첫째 고양이가 이 상황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시간을 줄여주셔야 합니다. 보호자는 새끼 고양이에게 하루 4-5회의 사냥놀이 세션을 제공해야 하고, 회당 놀이 시간을 기존 성묘 놀이 시간보다 긴 15-20분으로 할애해주세요.

첫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에너지를 모두 감당하지 않도록 새끼 고양이의 놀이 시간을 늘여주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냥놀이가 끝나고 나면 평소 먹던 사료를 보상으로 급여하면서 완벽한 사냥과 먹이 섭취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면 노곤하고 배가 불러 편히 쉬는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잘 때 너무 행복해하는 것처럼 첫째 고양이의 평온한 상태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놀아줄 때는 반드시 손이 아닌 고양이용 장난감으로 놀아주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고양이의 스트레스 완화가 시급!

다음은 첫째 고양이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경우 첫째 고양이만 쓸 수 있는 동굴을 준비해 주세요! 15살 정도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관절염을 앓고 있기 때문에 필수 영역지만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습니다. 너무 넓은 영역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특히 보호자가 외출을 해야하는 시간에는 방묘문으로 격리되어 있는 공간에 첫째가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누어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격리되어 있는 방에는 사료와 물이 제공되어야 하며 전용 화장실, 수직 공간과 편히 쉴수 있는 숨숨집 등이 함께 준비 되어야만 합니다. 이런 방이 생긴다면 첫째 고양이는 방해 없이 평화롭게 쉬며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외출해야할 때는 첫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분리할 수 있는 방묘문을 사용해주세요. 또한 첫째 고양이가 쉴 수 있는 동굴(방)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

대부분의 성묘들은 새끼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배려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 내에 새로 온 성묘와 합사를 진행할 때보다 너그러운 태도로 받아들여주죠.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합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첫째 고양이가 식욕부진 상태에 빠지고 지방간으로 진행되거나 급성 위장관염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혹시 식욕저하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빠른 진료와 식욕촉진제 투약을 통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성묘들은 새끼 고양이를 배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방광염이나 급성 위장관염 등의 질병이 생길 수 있으니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새끼 고양이가 장난을 치는 바람에 배변·배뇨 횟수가 하루 평균인 총 5회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첫째 고양이가 방광염이나 변비에 걸리게 될 확률이 너무나 높아집니다. 보호자가 이런 상태를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질병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으므로 화장실 치울 때도 매일 상태 비교를 하시길 바랍니다.

첫째 고양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새끼 고양이가 괴롭혀 방광염이나 변비에 걸릴 수 있다. 화장실을 치우며 변화가 있는지 꼭 확인하도록 하자.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자가 노력하시는 만큼 첫째 고양이가 편안한 노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며 오늘의 솔루션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디 두 고양이 모두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반려생활 파트너 동그람이 : 네이버 블로그'동물 그리고 사람 이야기' 동그람이는 한국의 반려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지향합니다.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animalandhuman&from=postList&categoryNo=38&parentCategoryNo=38

김명철 VIP 동물병원 청담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