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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국인이면 갤럭시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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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의 아이폰 선호 현상을 두고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아이폰 인기는 10대들의 막연한 선망"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삼성전자 직원들만 볼 수 있다는 게시판에 불이 났다. '안이한 현실 인식'이란 지적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더 걱정된 건 이런 주장을 처음 보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기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네이버 같은 포털, 덩치 큰 온라인 커뮤니티, 일상 대화와 언론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폰에 대한 '악플'과 똑같다. "철없는 어린애들이 군중심리와 허영에 휩쓸려 비싼 아이폰을 사 달라고 한다더라"는 청년 타자화의 서사를 갖췄다.
최근엔 '뉴진스 탓'도 나왔다. 아이폰 14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데 이어 무대에서 비슷한 연출을 하자 지나친 간접광고라고 주장하는 민원이 대거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실제로 문제를 삼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뉴진스만도 아니다. 블랙핑크는 프로모션 기간이 지난 후 아이폰으로 갈아탔다며 "예의가 아니다"란 지적을 받았고, 아이브의 장원영은 '갤럭시 행사에서 미국 배우와 같이 촬영한 셀피를 미국 배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걸 나중에 인용해 재게시한' 기기가 아이폰이었다며 "갤럭시를 홀대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유명인이면 일거수일투족을 깎아내리고 보는 악질 팬덤 문화가 가장 문제긴 하지만, 국제적 인기가 많은 K팝 그룹은 무조건 '우리 제품'을 홍보해야 한다며 눈치를 주고 '땔감'을 제공한 건 누구였을까.
정부가 잼버리 행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나라의 체면'을 위해 민간 자원을 대거 동원하고 정치권에서 뜬금없이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멤버를 불러야 한다고 했을 때 청년들은 '공권력의 갑질'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규정을 내렸다. 이는 또다시 'MZ 하다'는 표현으로 둘러 세워졌다. 이젠 MZ 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변화를 거부하기 위해 청년을 또다시 타자화한 것이다.
K팝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건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쓸모를 찾았기 때문이다. 서구 팝의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주류 문화와 대비되는 소수자성의 새로운 모델로서 사랑을 받았다. BTS가 유엔과 백악관에 초대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갤럭시도 마찬가지다.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싫어하고 경쟁을 바랐던 이들이 구글이 내놓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선수로 삼성 갤럭시를 찾았고, 갤럭시는 그 기대에 부응해 세계 시장에서 아이폰의 맞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갤럭시는 더 이상 '언더독'이 아니다. 아이폰은 독보적인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치고 나갔고 중국 스마트폰은 품질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갤럭시 시리즈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애국 바이럴'을 한들, 외려 '아재폰' 이미지만 강화시킬 판이다.
'꼰대의 교훈'을 원한다면 아예 '근본 꼰대'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1990년대 초 임원들에게 "집에 어떤 TV가 있냐"고 물었고, 임원들이 삼성 제품이라 답하자 예상과 달리 "소니도 봐야지 왜 삼성만 보느냐"고 나무랐다고 전해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경쟁 제품을 써 보고 장점을 흡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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