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순국 장소가 오사카?"... 오류 투성이인 국방부 흉상

[단독] "윤봉길 의사 순국 장소가 오사카?"... 오류투성이인 국방부 흉상

입력
2023.09.06 13:00
수정
2023.09.06 15:4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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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가지 오류 새로 확인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애국지사 및 호국영웅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김진욱 기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으로 역사논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국방부가 빈약한 역사인식을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홍 장군 흉상 설명문 오류에 이어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애국지사와 위인들의 흉상 설명문에도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연이어 발견됐다. 홍 장군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군사편찬연구소 등 자체 역사기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개 장소에 설치된 흉상 설명문조차 오류투성이로 만든 국방부가 역사논쟁에 끼어들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6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애국지사와 위인 흉상 13개의 설명문을 한국일보가 파악한 결과, 최소 5가지 오류가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투척한 윤봉길 의사의 공적이 잘못 기술돼 있었다. 윤 의사 흉상의 설명문에는 '일본군 최고 사령관 시라카와 대장 등 주요 인사를 살상함'이라고 기술돼 있지만,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은 일본군 최고 사령관이라고 보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시라카와는 일본 육군 대신 등을 역임해 고위급 지휘관이었으나, 사망 당시엔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직으로 일본군 전체의 최고 사령관은 아니다.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되어 있는 윤봉길 의사 흉상. 설명문에는 윤 의사의 순국 장소 등 다수의 오류가 발견됐다. 김진욱 기자

윤 의사의 순국 장소도 잘못 표기됐다. 설명문에 따르면 윤 의사는 1932년 12월 19일 일본 오사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고 적혀 있는데, 윤 의사가 실제 순국한 장소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미쓰코지야마다. 오사카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윤 의사가 사형 집행 하루 전 가나자와 육군교도소로 이송돼 그곳에서 숨졌다.

역사적 위인에 대한 사실도 잘못 기재됐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성웅 이순신 제독 설명문에는 이 제독이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라좌수사로 일본군을 격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부분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영문 설명문에는 전라좌수사를 "A naval commander of the western part of Jeolla province(전라도 서쪽 부분의 해군 사령관)"이라고 적시했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 당시 전라좌수사는 서울에서 임금이 바라볼 때 왼쪽 부분인 현재의 전라도 '동쪽' 지역을 의미한다. 당시의 언어 용례 파악 없이 기계적으로 '서쪽'으로 기재한 셈이다.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되어 있는 이순신 제독의 흉상 설명문. 전라좌수영의 관할구역을 '전라도 서쪽'으로 표기한 영어 설명문 오류가 발견됐다. 김진욱 기자

설명문은 또 이순신 제독의 생몰연월을 '1545년 3월 출생해 1598년 12월 전사'했다고 기재했는데 출생 시점은 음력으로, 전사 시점은 양력으로 적었다. 한 인물의 역사를 기술할 때 기준도 없는 셈이다. 이외에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영어로 설명한 부분에는 ‘Kuju(구주)’로 발음할 수 있는 로마자 표기를 했다. 이처럼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에 어긋난 표기도 상당수 나타났다.

앞서 국방부 앞에 설치된 흉상에서는 홍범도 장군을 ‘포병’으로, 안중근 의사의 로마자 성명을 'Ahn, Jung-guen'으로 오기한 부분이 발견된 바 있다. 국방부가 설치한 호국영웅들의 동상 설명문에 잇따라 오류가 발견되면서 국방부의 역사 서술을 믿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1998년 구 청사(현 국방부 별관) 앞에 홍범도 장군 등 애국지사와 호국영웅의 흉상을 마련했다. 이후 2003년 청사 신축(현 대통령실)에 맞춰 흉상을 옮겼고, 지난해 청사를 다시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하면서 흉상도 함께 이전 설치했다. 20년 넘게 흉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도 간단한 역사적 사실마저 확인해 서술하지 못한 것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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