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는 노력과 혁신사례를 ESG적 시각에서 발굴하고 탐색한다.
많은 돈을 벌었으면 하는 꿈을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근데, 만약 내게 100조 원의 돈이 있고 이를 사회문제 해결에만 사용해야 한다면, 그 바람은 우리에게 숙제가 된다. 그 많은 돈을 잘 사용해야 하니, 누구나 개인이 아닌, 정책결정자의 입장에서 고심을 거듭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설문조사로 한번 풀어보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는 우리가 풀어야 할 10대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이 해결을 위해 어디에 얼마의 재원을 쓸 것인가를 매년 1회 총 1,000명의 일반인을 상대로 물어보았다. 첫 조사는 2020년 7월에 이루어졌는데, '소득 및 주거불안'에 19.2조 원을, '고용 및 노동불안정'에 16.7조 원, '삶의 질 개선'에 9.6조 원을 사용하겠다는 것이 최상위 3대 과제였다. 그 뒤를 이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9.5조 원), '안전위협'(9조 원), '교육불평등'(8.8조 원), '에너지·자원 불균형'(7조 원) 순이었다.
올해 8월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째, 눈에 뜨이는 것은 최상위와 최하위권 과제는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이었다. 1, 2위 과제는 '소득 및 주거불안'(18.8조 원), '고용·노동불안정'(14.6조 원)으로 동일하였고, 최하위 3개 과제 또한 '자연재해 (7.9조 원)', '급격한 사회구조변화'(7조 원), 그리고 '사회 통합 저해'(5.9조 원)로 대동소이한 모습이었다.
둘째, 중위권 과제에서는 나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의 기후변화, ESG의 부상, 공급망 우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한 탓인지, 4위였던 '환경오염·기후변화'(11.3조 원)가 3위 과제로 부상하였고, '에너지 및 자원불균형'(8.4조 원) 또한 7위에서 5위로 2단계나 상승하였다. 대신, '삶의 질 개선'(9.5조 원)은 한 단계 하락하여 3위에서 4위로, '안전위협'(8.2조 원) 과제는 5위에서 두 단계 하락하였다.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끈 이슈들로 인한 순위 변동이 아닌가 싶다.
셋째, 순위 변동을 넘어 사용금액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포착하였다. 2위인 '고용·노동불안정'은 순위 변동은 없지만, 사용금액이 무려 2.1조 원 감소하였다. 고용문제는 개인별 자발적 해결역량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금액이 감소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 반대로, 사용금액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3위 '환경오염·기후변화'로 무려 1.6조 원 상승하였다. 아울러, 8위의 '자연재해'도 1조 원이나 증가하였다. 대중의 관심 증대와 공동의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7위인 '안전위협' 과제는 순위는 두 단계 하락했으나, 사용금액은 1.1조 원 증가하여 사회안전망 이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넷째, 계층별 인식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20~30대는 '소득 및 주거불안' 문제에, 40대 이상은 '환경이슈와 안전'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은 '경제'문제에, 여성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100조 원 설문조사'는 실제 시민이 인식하는 문제의 크기와 해결의지의 강도를 찾고자 하는 색다른 시도였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사회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단, 다양하고 올바른 사회분석이 있어야, 그에 맞는 실질적 대응책이 따라올 테니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