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딜레마…관광객 늘고 규제도 강화돼

입력
2023.09.05 15:48
수정
2023.09.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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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공유 숙박업체인 미국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에어비앤비는 요즘 고민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누그러지며 여행객이 늘었는데 각국의 에어비앤비 관련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기 때문이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한국을 비롯해 220개국에서 개인의 주거 공간을 여행객 숙소로 빌려주는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관련 전세계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뉴욕이다. 뉴욕은 6일부터 개인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제공하려면 등록을 하고 2명 이상 실거주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가디언 등 외신들은 연말까지 뉴욕에서 1만 개 이상의 에어비앤비 숙소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뉴욕시 뿐 아니라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미국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개인 주택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제한했고 이탈리아 피렌체도 기존 에어비앤비 숙소를 제외한 개인 주택의 신규 에어비앤비 숙소 제공을 막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에어비앤비 숙소 제공을 연 70일 이하로 제한했고 말레이시아 페낭도 가정집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세계 각국이 에어비앤비를 규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주택 가격 상승과 소음 등 주거 환경 침해 다. 많은 도시에서 주택이 돈벌이 수단인 에어비앤비 숙소로 쓰이면서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주택가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주나 파티 소음 등이 민원을 유발한다.

영화 '바비'의 핑크색으로 단장한 미국 말리부 에어비앤비 숙소. 에어비앤비 제공

영화 '바비'의 핑크색으로 단장한 미국 말리부 에어비앤비 숙소. 에어비앤비 제공

국내에서는 2011년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도입돼 사전 등록을 한 도심의 개인 주택을 외국인에게 한해서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내국인에게 에어비앤비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며 오피스텔 등 원룸형 주택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등록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등록을 하지 않고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불법 제공하거나 법에서 금지한 오피스텔 등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활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상장업체라는 점을 이유로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진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는 경기와 인천 지역을 제외하고 4만9,770개다.

에어비앤비는 관광사업 활성화를 이유로 국내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동북아 홍보총괄은 "정부에서 목표로 삼은 3,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숙박 시설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호텔 신축으로는 변화하는 관광 수요에 대응하기 힘든 만큼 기존 공간을 손쉽게 숙소로 바꿀 수 있는 에어비앤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에어비앤비는 실거주 문제와 오피스텔 활용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에서 주거 공간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려면 운영자가 해당 공간에 함께 거주해야 한다. 음 총괄은 "실거주 문제 때문에 오피스텔 등 원룸 타입의 주거 공간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활용하지 못하니 해당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주거지 소음 문제 등이 없는 상업지역에 한해서는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각국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한국과 다른 분위기로 봤다. 음 총괄은 "파리 등 해외 도시들은 한국보다 규제가 크게 완화된 상태에서 에어비앤비가 활성화 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를 최근 취하는 것"이라며 "반면 한국은 제도 마련 이후 한 번도 규제가 개선되지 않아 활성화 단계조차 갖지 못했으니 해외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기존 거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침해하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음 총괄은 "오버투어리즘은 단체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주거 환경을 해치는 문제인데 개인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오버투어리즘에 해당하지 않아 억울하다"며 "다만 소음 발생 문제는 있을 수 있어 민원 창구를 마련해 대응하고 재차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숙박 시설 제공자에게는 이용 제한 등의 규제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에어비앤비는 세계 각국의 규제 문제가 장기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석했다. 음 총괄은 "규제 강화로 영향을 받는 곳도 있지만 새로 에어비앤비 숙소가 열리는 등 잘 되는 지역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잘 되는 지역이 규제 강화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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