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홍범도 흉상 이전' 文 비판은 분노 아닌 회한"

입력
2023.09.05 15:00
수정
2023.09.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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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전 비서관 CBS 라디오 인터뷰
文 두 차례나 "홍범도 이전 철회" 촉구
대통령실 "전직 대통령이 나선 게 문제"

2021년 8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8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두 차례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철회를 촉구한 데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이 "회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탁 전 비서관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에 잇따라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해 "분노라기보다 회한"이라며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됐던 일이 일단락 지어진 건데 현 정부에서 달리 평가받는 데 대해 회한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장군은 1962년 박정희 정부 때 건국훈장을 받았지만 그의 유해는 카자흐스탄에 있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홍 장군 유해 송환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 이뤄졌다. 문 정부는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을 문제 삼으며 육군사관학교에 있던 흉상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숙고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3일에도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재차 흉상 이전에 반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문 전 대통령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선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4일 당시 문재인(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세 번째) 의전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해 5월 4일 당시 문재인(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세 번째) 의전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탁 전 비서관은 "이 정부가 어떤 질문이나 국민적인 요구, 비난과 비판, 문제들을 지적당했을 때 일관되게 쓰는 수사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질은 피하고 말꼬리를 잡거나 혹은 말을 돌리거나 혹은 일종의 레토릭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본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뭔지, 본인들의 옹졸함을 보여줘서 얻어낼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의 현안 관련 SNS 게시글이 많아진 데 대해서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현안 문제, 본인 생각 얘기하는 게 매우 조심스러울 것으로 추측되는데, 요즘 말씀하시는 것들 보면 그런 부담, 고민으로부터 훨씬 자유롭게 본인 생각을 얘기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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