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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의 '6차 산업' 도전 꿈을 전업농만 농민으로 보는 낡은 규제가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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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비수도권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미시적 근거를 찾아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비수도권 지역을 한 곳씩 분석해 게재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태형(청년 창업형 후계농)= 대전 출신으로 2021년에 안성시 청년 창업형 후계농(청창농)으로 선정돼 안성에서 버섯과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그전에는 대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통번역 일을 했다. 그런데 2020년 설 명절 때 잠시 귀국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대만으로 돌아가지 못해 졸지에 직업을 잃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길어져 한국에서 할 일을 모색하다, 정부가 청창농에게 농지 구입 자금을 장기 저리 임대로 지원해 준다고 해 농업에 도전하기로 하고 안성에 농지를 구입했다.
김세실(중앙대 다빈치캠퍼스 총학생회장)= 중앙대 4학년에 재학 중이며 다빈치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202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동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 다니면서 안성과 평택 쪽에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다 입대했고, 전역 후에도 비영리단체를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하다 지금은 총학생회 일에 주력하고 있다.
_이태형씨 농사 규모와 연 소득이 궁금하다.
이= 소유한 땅은 2,000평 조금 안 되고 주변 땅을 임대해 규모를 넓히고 있다. 안성시에서 지원받은 3억 원으로 1,100평을 구입해 시작한 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모은 돈으로 농지를 늘렸다. 포도를 제외한 표고버섯만 계산해 지난해 매출이 3억 원이다. 물론 손에 쥐는 순수익은 훨씬 적다. 솔직히 처음에는 농업보다는 정부 지원금에 더 마음이 끌렸다. 간단히 계산해 의무적으로 농업을 해야 하는 6년간 농사로 대출금 갚으며 먹고살 수 있으면, 6년 후 땅값 상승분은 저절로 저축이 된다고 판단했다. 만일 6년 만에 땅값이 두 배가 된다면 매년 5,000만 원씩 저축하는 셈이다. 다행히 일을 하면서 점점 농업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_김세실씨는 어떤 단체를 운영했는지.
김= 중대 다빈치캠퍼스는 예술대학 비중이 크다. 예술 전공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지역에 도움이 되고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도록 안성과 평택 지역 초등학교에 단기 강사로 연결해 주는 일을 했다. 처음엔 대학 동아리로 시작했다가 확장되어 비영리단체가 됐다. 지역 초등교 입장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저렴한 인건비로 채용할 수 있다. 위드아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지속하기 힘들어 현재는 해산한 상태다. 협동조합 회원으로 활동하던 학생 중 다수가 졸업 후에도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안성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그런 안정적 사업구조를 단기간에 만드는 것은 학생만의 활동으로는 힘에 부쳤다.
_안성에 청년농업인 말고, 다른 일을 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는지. 안성은 경기도이고 서울에서 1시간 1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으로 인식되지 않는 듯하다.
이= 2020년 안성에 처음 와서 4년째 살고 있다. 작년 안성시 청년정책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돼 지역 청년들을 만나고 있지만, 주변에는 청년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50대도 아이 취급을 받는다. 토박이가 많다. 70대 이상은 대체로 안성은 양반의 고장이고, 과거 평택ㆍ이천보다 큰 곳으로 천안과 연결된 안성선 철도도 있었는데, 1989년 폐선되면서 주도권을 평택과 천안에 빼앗겼다고 말한다. 안성은 충청도인 천안보다 더 수도권에서 소외된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청년정책분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이 필요한 구직 청년들이 많아 보인다.
_안성 젊은이들이 안성을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안성이 고향인 청년들은 잘 모르겠고, 안성 지역 대학생들은 안성에 주소를 옮겨 살고 있는 학생과 통학하는 학생으로 나뉜다. 통학하는 학생들조차 안성을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탄다면 왕복 1만 원이 넘는다. 그것만 해도 안성을 경기도라는 이유로 수도권으로 포함하는 것은 무리다. 교통 문제 등을 이유로 안성 지역 대학생 중 기숙사나 자취하는 경우가 6대 4 정도로 더 많다. 거주 학생들 중에는 졸업 후 안성에 정착하려고 취업과 창업 등 여러 가지 모색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성에 정착하더라도 결국 일터는 평택 등 주변 도시나 서울에서 구하게 된다. 아침 7시부터 중대 다빈치캠퍼스 앞에는 서울 가는 고속버스 4대가 온다. 전부 매진이다. 대부분 그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직장인들이다. 안성 주변에도 대기업들이 있지만, 직원들 다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거나,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출퇴근한다.
이= 그래도 대기업 입주 공단 주변 농촌 지역에는 식당,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의 식당과 카페들도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다. 대부분 경부고속도로와 인접 지역이다.
_안성은 큰 폭은 아니지만 인구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방소멸이 발등에 불인 타 지자체와 달리 안성에서 청년 정착이나 인구 증가를 위한 예산 투여나 사업이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산업단지 직원들의 이주 덕분에 인구가 유지된다. 단지 주변에는 원룸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늘어난 인구가 지역 활성화에는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안성에 직장이 있는데도 근무 시간 외에는 안성에서 벗어나려 한다. 안성에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교통도 엉망이다. 농장에서 운전해 가면 15분 거리인 농업기술센터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2시간이 걸렸다.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는다.
_외지에서 온 농업인으로서 외로울 거 같다. 주변에 비슷한 고민과 같은 꿈을 가진 또래 청년들이 있었으면 하는 욕구가 있었을 텐데.
이= 대만에서 일할 때 ‘일 끝나고 같이 술 한잔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인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농촌에 활기를 되찾기 위해 청년 농업인끼리 뭉쳐보자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청년 농업인은 대부분 승계 농업인인데, 도시에서 자란 나와 생각이 많이 달랐다. 그래서 지금은 안성에서 동료를 찾기보다는 농업 교육을 함께 받고 평택 용인 하남 남양주 등으로 흩어진 청창농들과 온라인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고민을 나눈다. 물론 이웃 주민들과도 융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엔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_청창농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나치게 세세한 지침을 주려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내가 청창농 교육받을 당시 ‘딸기를 심으라‘는 지침이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 청창농들이 전국에서 딸기를 심다 보니, 작년부터 딸기 가격이 폭락했다. 블루베리도 샤인 머스캣도 이런 식으로 유행을 타며 과다하게 생산돼 농촌을 어렵게 한다. 청년 농업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책임감도 동시에 짊어지도록 해야 한다. 농사를 짓다 보니 뭉칫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예를 들어 트랙터가 8,000만 원 내외다. 농협에서 낮은 금리로 구입을 지원하는데 결국 빚이다. 스마트팜 시설을 짓겠다고 하면 20억 원을 융자해 주는데, 거기서 딸기를 얼마나 많이 재배해야 갚을 수 있을지는 농민도 농협도 별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농촌에 빚이 쌓여 간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농촌지원정책도 문제다. 청창농의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서며 선발 인원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그 결과 전국에 농지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농지 가격이 올랐다.
_농사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농업 외 일도 하는지.
이= 틈틈이 대만 회사들 관련 번역 일을 하는데 제약이 많다. 청창농은 농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4대 보험이 포함된 사업체 취업은 1년에 3개월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그 외 기간은 월 60시간 이내 단기 근로만 할 수 있다. 농업 외 소득이 연 3,700만 원이 넘어가면 농민수당과 각종 세제 혜택 등이 없어진다. 그래서 뭘 못한다. 청년 농업인을 빚쟁이로 만드는 정책이다. 앞으로의 농업 트렌드는 모든 산업이 융복합된 ‘6차 산업‘과 ‘치유농업‘인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 예술적 감각이다. 우수한 예술대학이 있는 안성은 치유농업을 시도할 최적지다. 하지만 전업농 육성에만 매달리는 낡은 규제가 예술 전공자들의 농촌 정착과 농민 지원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 무엇보다 안성은 집값이 싸니,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안성에서 직장을 얻거나, 자영업 농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내 친구 중에도 안성에서 무궁화 농사를 지으려 했는데, 결국 평택에 농장 땅을 구했다. 안성시가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이 안성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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