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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의 법칙

입력
2023.09.05 04:30
27면

일본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1일 방재훈련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1일 방재훈련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에는 정권의 수명을 측정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아오키율(青木率)이다. 오부치 정권에서 내각관방 장관을 지낸 아오키 미키오가 제안한 두 가지 법칙 중 첫 번째, 즉 내각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을 합친 지수다. 아오키율과 함께 쓰이는 지표도 있는데, 여당 의석수에 최근 아오키율을 곱한 것인데 다음 선거에서 여당이 획득할 의석수를 가늠하는 데 쓰인다.

이 지표로 측정하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현재 벼랑 끝에 섰다. 아오키율이 50% 근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오키율이 50%로 떨어졌다는 것은 정권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여겨지며, 이 비율의 정체가 계속되면 자민당 의석수가 반 토막 난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내각의 지지율이 높을 때, 바꿔 말해 여당이 선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름으로써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당장 중의원 해산과 같은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기시다 총리는 지난주 내내 정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가타초(永田町·일본 국정의 중심지)에서는 평상시 그의 조용한 성격을 생각해 보면 믿기 힘들 정도의 태도 변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요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무엇보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2024년 9월로 예정돼 있고, 중의원 임기도 해산이 없다면 2025년 10월까지다 보니 선거의 수장을 굳이 지금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파벌에서도 기시다 총리를 대항할 만한 인물이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야당 중 하나인 국민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2일 치러져 현직 대표였던 다마키 유이치로가 마에하라 세이지를 꺾고 대표직 연임에 성공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국민민주당은 중의원 10석과 참의원 11석을 보유한 소규모 정당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일본 범야권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사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일본 야권은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내부 결속을 다지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유신회에서부터 공산당까지 이념적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에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노선을 취하는 다마키가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시다 정권을 정책적으로 서포트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경기 불안과 실정, 측근 스캔들로 지지율은 바닥을 치겠지만 일본 정국은 당분간 기시다 정권이 유지되는 경로의존적 행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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