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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과 자극의 역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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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사람의 오감은 아주 조그만 자극은 알아채지 못한다. 대개 시각은 어두운 밤에 48㎞ 떨어진 촛불 1개, 청각은 6m 떨어진 곳의 시계소리, 미각은 8리터 물에 탄 설탕 1스푼의 차이가 생겨야 반응한다. 이처럼 감각 세포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자극을 역치(閾値ㆍthreshold)라고 한다. 역치는 감각 세포나 감각 수용기 종류에 따라 다르고, 자극받는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역치는 유동적이다. 같은 크기의 자극을 계속 받으면 역치가 올라간다. 자극 강도가 늘어나지 않으면 아예 느끼지 못한다. 속옷을 갈아입을 때 당장은 촉각을 느끼지만, 나중에는 옷이 피부에 닿고 있다는 느낌이 없는 것과 같다. 이를 '감각의 순응'이라고 한다. ‘감각의 순응’ 관점에서 보면, 오감 중에서 후각이 가장 예민하다. 후각 신경은 자극 강도가 200분의 1만 변해도 반응하고, 시각은 100분의 1, 청각은 7분의 1에 반응한다. 반면 미각은 6분의 1은 변해야 감지한다.
□역치의 성질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인물은 19세기 독일 생리학자 에른스트 베버(Ernst Weber)다. 최초 자극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자극을 받아야만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법칙이 ‘베버의 법칙’이다. 인체 감각기관이 특정 대상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하려면 자극 강도는 갈수록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시끄러운 곳에서 더 큰 소리로 말해야 하고, 밝은 곳보다 어두운 방에서 촛불이 환하게 느껴지는 것이 베버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가벼운 물건을 들었을수록 변화를 쉽게 느끼는 것도 그렇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주는 자극도 베버의 법칙과 유사하다. 신인의 신선한 행보일수록 민감도가 높다. 기자가 2016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사이다 정치인’으로 떠오르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주장은 신선했다. 새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랬던 그가 정치 자극(단식)의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이전에 쏟아낸 많은 자극 탓일까. 새 자극이 무뎌진 시민들의 역치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심을 회복하지 못하면, 역치와 무반응은 갈수록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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