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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알고리즘=취업규칙, 노동자도 알 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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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고정된 배달료 좀 받고 싶어요. 어떤 날에는 건당 3,000원 주고 비 오면 좀 더 주고, 들쭉날쭉이죠. 저도 그날 얼마 벌지 몰라요. 요즘에 기본 배달료가 3,000원인데 거기서 3.3% 세금 떼고,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이니 산재니 보험료 다 떼고 나면 2,000원에 몇백 원 더 남는 정도죠." (30대 중반 배달 라이더 이모씨)
임금근로자는 내가 하루 몇 시간 일해 얼마 버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에겐 어렵다. 임금과 직결된 알고리즘과 정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플랫폼 본사가 바꿀 수 있어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는 플랫폼 종사자는 최저임금, 유급휴일, 유급 연차휴가, 해고 제한 등 노동법이 제공하는 각종 안전망 밖에 놓여있다.
지난해 기준 플랫폼 노동자는 80만 명에 달한다. 1년 만에 20%가 증가했다. 앱·웹사이트 등 플랫폼으로 단순 일감 중개만 받은 사람까지 합치면 그 수는 292만 명에 이른다. 몸집은 빠르게 커졌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미비하다. 지난해부터 고용보험,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 가입의 문이 열린 정도고, 그마저도 보험료만 내고 혜택은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크다.
한국일보와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올해 6월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플랫폼 노동자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요구 정책으로 ①과한 수수료 규제(100점 만점 중 78.2점) ②세무 및 법률 상담 지원(76.3점) ③공정거래를 위한 표준계약서 의무 적용(75.9점)을 우선 꼽았다. '프리랜서가 아닌 법률상 임금근로자 지위 인정'(68.2점)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노동·시민단체는 수수료 규제, 표준계약서 적용 정도를 넘어 보다 강력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노조·웹툰작가노조 등이 연합해 지난해 1월 출범한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플랫폼의 사용자성 및 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 △표준단가 책정 등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설명·교섭 의무 부여 △사회보험 적용 확대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주장한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노동법)은 "해외에서 플랫폼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우선 많이 도입한 게 최저보수 제도"라며 "비록 현재 일몰됐으나 화물차 안전운임제처럼 건당 보수를 받는 노동자의 최저보수를 책정할 방법은 있다"고 했다. 실행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2021년 최저임금위원회 용역 연구 결과, 플랫폼 노동자 월평균 순수입을 시급으로 환산 시 7,289원으로 나타나 그해 최저임금(8,720원)에 한참 못 미쳤다.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서 공개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전부 다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딱 네 가지만 공개하면 된다. ①일감 배정 ②계정 정지 ③단가 결정 ④등급·평점 관련 알고리즘"이라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배달 콜 3번 거부 시 일감 배정에 불이익' 같은 알고리즘이 있다면 이는 '5일 이상 무단결근 시 해고사유' 같은 회사 취업규칙, 인사 규정과 다름없는 것"이라서 노동자에게 공개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유럽연합 의회에서 의결된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안'에도 일감 배정, 보수, 노동안전, 노동시간, 계정 정지·차단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가 명시됐다. 국내에서는 대리운전노조와 카카오 모빌리티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사측의 알고리즘 설명 의무를 넣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변화가 시작된 정도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다. 완전한 노동자도, 완전한 사업자(프리랜서)도 아닌 회색지대 성격의 플랫폼 노동자가 대거 출현했지만, 이들을 무엇으로 간주해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 논의는 더디며 해외에서는 관련 소송도 난무하다.
법 제정 논의 흐름은 △기존의 노동법을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확장 적용할 것이냐 △회색지대에 위치한 이들을 위한 별도 법을 만들 것이냐 △완전한 개인 사업자를 제외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할 포괄적 기초 법안을 만들 것이냐, 크게 세 가지로 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주로 '노동법의 확장 적용'을 주장한다. 그 구체적 방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AB5법처럼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가 아닌 플랫폼의 '피고용인'으로 간주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이 법은 △플랫폼 지시에 따라 종사자 근무 시간과 내용이 결정되는 경우 △종사자 업무가 플랫폼 핵심 비즈니스와 일치하는 경우 △종사자가 자체적 비즈니스를 갖지 못한 경우 중 하나만 해당돼도 노동자로 간주한다. 이를 반박할 책임은 플랫폼 기업에 있다.
이와 유사한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이다.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고, 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입증할 책임은 기업에 부여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플랫폼으로 일감을 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플랫폼 종사자 중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종사자도 취약성·보호 필요성의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상을 살펴보면 '플랫폼 종사자'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기에는 라이더·가사노동·데이터 레이블링 등 직종별 차이가 크고, 같은 직종이어도 플랫폼 별 노무 제공 형태는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가사노동자라도 A플랫폼은 구체적 업무 지시, 장비 제공, 고객과 분쟁 시 개입 등을 하는 반면 B플랫폼은 중개만 해주고 손 떼는 식이라는 것이다.
남궁준 연구위원은 "최근 논의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같은 접근은 포괄적인 적용과 최소한의 기층적 권리를 보장하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체교섭이 정착되지 않은 경우, 각 업종·직종 특성을 반영해 공정한 노동 조건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역시 "모든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 안에 포섭하는 게 쉽지 않기에 쉴 권리, 적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 계약 투명성, 사회보험 보장 권리 등 토대가 될 수 있는 포괄적 법안(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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