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 드립니다.
지드래곤(G-Dragon·본명 권지용)은 YG 엔터테인먼트 그룹 '빅뱅'의 리더이자 래퍼로 활동 중인 가수입니다. 그룹과 솔로 두 방면에서 모두 성공하면서 많은 국내외 팬을 가졌으며, 특히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지드래곤은 음악은 물론 현재 패션 업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가 됐습니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직접 손 글씨로 보낸 편지와 선물 △주요 브랜드의 컬렉션에 VIP로 초대 △국내 연예인 최초 샤넬의 협찬 등은 지드래곤이 패션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렇다면 지드래곤은 언제부터, 어떻게 패션계의 주요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요?
럭셔리 브랜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다
지드래곤은 빅뱅 EP 앨범의 수록곡 '거짓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패션 감각을 표현합니다. 1집에서 YG 엔터테인먼트의 명확한 힙합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EP 앨범부터는 자신의 패션 취향에 맞춰 그룹을 스타일링합니다. 하이톱 스니커즈, 아래로 내려 입는 로웨이스트 데님, 반다나 스카프 같은 스트리트 요소가 묻어나는 패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표현하는데, 이는 경쾌한 비트의 '거짓말'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컬러풀한 점퍼와 티셔츠 사이에서 다양하게 연주되는 드럼 비트와의 조합, 그리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발에 맞춘 듯한 비비드한 컬러의 하이톱 스니커즈 조합은 노래를 더 재미있게 표현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당시 노래의 흥행과 더불어 이런 류의 패션은 한동안 젊은 한국 남성들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이후 지드래곤은 스트리트에 럭셔리를 더합니다. 지드래곤은 브랜드가 가진 성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원 오브 카인드' 뮤직 비디오에서는 샤넬, 크롬 하츠, 지방시, 톰브라운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로 스타일링했습니다. 특히 럭셔리의 정점이라 불리는 샤넬의 패션을 거친 느낌의 스트리트 브랜드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올드한 이미지의 샤넬을 젊고 트렌디한 느낌으로 표현했습니다. 거친 이미지의 주얼리 브랜드 '크롬 하츠', 세련된 스트리트 무드 '지방시'와의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통해 '샤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원 오브 카인드'라는 노래 하나를 통해 지드래곤은 3개 이상의 럭셔리 브랜드를 자신의 노래 색깔에 맞춰 표현합니다. 거칠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편견과 시기를 이겨낸다는 노래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브랜드를 통해 표현한 것입니다.
브랜드를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의미에 맞게 보여주는 지드래곤은 패션에 대한 관심을 넘어 브랜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신에 맞게 재해석한 것입니다. 음악적 영감이 패션과 연결됐을 때 얼마나 멋진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는지 지드래곤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가 지드래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고정관념을 없애고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기 위해 그를 원하고 있습니다.
패션에는 남녀가 없다. 젠더리스
지드래곤은 예전부터 마른 몸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남성성을 부각하던 시대에도 마른 몸과 작은 키를 숨기지 않고 패션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신체적 특성은 지드래곤을 젠더리스 패션을 표현하는 데 가장 알맞은 존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젠더리스 룩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스타일로, 과거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가 그 시초입니다. 스키니 진, 딱 붙는 블레이저, 6㎝가 넘는 부츠까지 남성에게 록시크(Rock Chic)와 함께 젠더리스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지드래곤은 에디 슬리먼의 젠더리스 기준을 넘어서서 여성 아이템을 직접 착용했습니다. 젠더리스가 단순히 스키니한 스타일이 아닌, 여성적인 컬러와 아이템 그리고 소재를 직접 착용함으로써 남성에게 아름다움이라는 패션의 한 축을 제안한 것입니다.
위 사진처럼 샤넬 룩의 정석인 진주 목걸이와 카디건을 매치하는 것은 기존에도 있던 여성 스타일의 하나입니다만, 지드래곤은 이를 중성적으로 표현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진주 목걸이와 하늘하늘하게 떨어지는 실크 셔츠는 남성에게는 어려운 스타일이지만, 지드래곤은 이를 꽤 오래전에 착용함으로써 젠더리스한 매력, 중성적인 스타일에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남성복에서 진주 목걸이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2, 3년을 앞서간 것입니다.
이런 젠더리스 룩에서 최근 새로운 스타가 나타났는데, 바로 미국 영화배우 티모시 살라메입니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패셔니스타인데, 특히 젠더리스 룩에 대단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스타일의 시작이 지드래곤으로, 꽤 오래전부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혜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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