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보험금 타려 54년만에 나타난 친모…법원은 왜 상속권 인정했나

부산고법 항소심 "아들과 왕래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54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났다고 알려진 8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상속권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이 친모가 아들에 대한 양육 의무는 이행하지 않았지만, 왕래가 전혀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 민사2-1부(부장 김민기)는 31일 고(故) 김종안씨의 사망보험금을 둘러싼 공탁금(사망 보험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김씨의 누나인 김종선(61)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수협이 김종안씨의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는데 친모 A씨가 이 돈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친모가 승소했고, 누나 김씨는 항소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도 사망보험금을 친모 소유로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선고 이전에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A씨에게 사망보험금 일부인 1억 원을 누나 김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A씨는 거부했다.

누나 김씨는 항소심에서 고인이 2세이던 54년 전, 친모가 가출해 재혼을 한 뒤 50년이 넘도록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실종된 동생과 왕래도 없었는데 친모라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받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혼한 친모의 남편 소유 주택에 김씨 자매가 임차인으로 4년 동안 사는 등 아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친모가 아들이 장성해 찍은 증명사진을 보관하고 있다는 점, 아들 실종 후 재혼해 낳은 아들을 통해 딸 김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으로 미뤄 전부터 알거나 연락을 하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매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공탁금이 친모가 아닌 친누나에게 귀속돼야 할 특별한 사정을 기록상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종안씨는 2021년 1월 23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는 바람에 실종됐다. 이후 김종안씨 앞으로 사망보험금 등이 나오자 친모가 민법의 상속 규정을 내세우며 이 돈을 가져가겠다고 해 김씨 누나와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 여론이 다시 불붙기도 했다. 이날 선고 직후에도 누나 김씨는 “참담하다. 우린 동생 시신도 못 찾고 있는데 동생을 버린 생모를 법원이 인정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연히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