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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면역력 시작, 당신의 코 건강에서 시작된다

입력
2023.09.11 04:30
25면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건강 : <1> 중년 면역의 양과 음

중년 건강의 핵심은 면역력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있다. 게티이미지

중년 건강의 핵심은 면역력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있다. 게티이미지

40·50대, 면역력 ‘균형’이 관건
체내 양기 돋워 몸을 따뜻하게
음의 면역력 ‘점액’으로 몸 보호

면역계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가 있다. T세포는 심장 근처 나비 모양의 신체 기관인 흉선(胸腺)에서 만들어진다. 노벨상 수상자 프랭크 버넷(1899~1985ㆍ호주)은 면역계의 노화를 되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늙은 동물의 T세포를 어린 동물의 흉선에 이식해 봤다. 처음에는 T세포가 어린 동물의 흉선에서 일시적으로 기능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꼼수로 노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 흉선은 10대 초반에 크기가 가장 크지만, 이후 점점 작아져 중년기에 접어드는 40대에는 절반으로, 60대에는 안타깝게도 4분의 1까지 줄어든다. 흉선 크기가 작아지면서 흉선 기능 또한 감소하는데, 단순히 말하자면 40대의 면역력은 10대와 비교했을 때 50%, 60대는 25%까지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면역력 저하와 밀접한 질병이 중년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적인 ‘암’과 ‘자가 면역 질환’이다. 먼저 암은 몸속에서 자가증식(自家增殖)하는 돌연변이 종양 세포를 면역계가 처치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그리고 자가 면역 질환은 면역계가 내 몸의 건강한 조직을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면서 생긴다. 둘 모두 면역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중년기 건강을 위해 면역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고전 면역학에선 우리 몸의 면역계를 ‘외부 이물질(바이러스 등)을 인식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현대 면역학에선 바이러스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것을 인식하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줄어드는 면역력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핵심은 결국 자기 자신이며,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마음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나 암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령별 암 발생률

연령별 암 발생률


면역의 최전선 코(鼻)

면역의 최전선에 있는 신체 기관이 바로 ‘코’다. 한방이비인후과를 전공한 필자가 1989년 처음 개원했을 때만 해도 ‘노란 콧물 환자’가 많았다. 노란 콧물의 원인인 축농증(부비동염) 염증을 다스리고, 부비동으로 드나드는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치료의 초점을 맞췄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콧물 수건’이 필수였던 때를 회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그런데 2000년대가 되자 노란 콧물 대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급증했다. 이들은 재채기, 가려움증, 코막힘을 호소했고, 대다수는 농촌이 아닌 도시인이었다. 이런 변화는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보다 한 세대 정도 먼저 사회 변화를 겪는 일본에서도 20세기 후반부터 비염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면역이 사회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면역력 유지를 위하여

그렇다면 한의학은 중년 면역력을 최대한 유지ㆍ강화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은 한의학이 권력자의 원기를 보충하거나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데 전념한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 ‘한의학=보약’을 연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한의학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면서 발달한 치료 학문이다.

실제로 최초의 한의학 고전 상한론(傷寒論)은 중국 삼국시대 장중경(생몰년도 미상)이 적벽대전에서 유행했던 역병에 대응하며 피눈물로 쓴 기록이다. “200명이 넘는 인원 가운데 3분의 2가 감염병에 희생됐다. (나의 처치가) 모든 병을 낫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절반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장중경이 당시 감염병 환자에게 처방했던 약물은 ‘마황’(麻黃)이다.

연령별 면역력 높이는 음식

연령별 면역력 높이는 음식


양(陽)의 면역

마황은 ‘청룡’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불의 기운, 즉 양기를 생성하는 약물이다. 현대에 마황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정제한 게 바로 교감신경 촉진제로 쓰이는 에페드린이다. 마황이 당시 감염병 유행을 막지는 못했겠지만,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약제로는 일정 부분 역할을 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의보감’에도 허준의 감염병 연구 결과가 정리돼 있다. 역병이 돌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을 열거했는데, 특히 음력 정월에 마늘, 대파, 부추, 생강, 염교(락교) 등 다섯 가지 매운 음식을 먹으면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다섯 재료 모두 몸의 양기를 북돋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꼽는다. 몸이 찬 사람, 배가 자주 아프고 특히 찬물을 마시면 속이 불편한 사람이 이 식재료를 넣은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인삼이나 홍삼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인삼과 홍삼을 ‘보약’이라며 무조건 섭취하는 데 부정적이다. 다만, 앞선 다섯 가지 식재료에 몸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 즉 몸이 찬 사람에게 인삼 홍삼은 단기간에 양기를 보충해 면역계 균형을 맞춰줄 훌륭한 약재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때 면역계도 함께 활성화된다. 현대 생리학에서도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의 방어 기전으로 체온 상승을 중요하게 꼽고 있다. 옛사람의 허무맹랑한 얘기라는 편견을 버리면 뜻밖에 얻을 게 있다.

음(陰)의 면역

면역에 필요한 음의 기운도 있다. 건강한 강아지는 코가 촉촉하고, 활기찬 사람은 얼굴에 윤기가 난다. 바로 점액(粘液)이 음의 면역력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으로 자기도 모르게 기관지나 폐에 손상을 입은 사람이 많다. 기관지나 폐에 좋은 식재료는 더덕과 도라지다. 목에 점액이 부족해 건조하고 마르면서 기침이 자주 나는 이들이 더덕, 도라지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또 알로에도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좋은 대체 식재료다.


이상곤 한의학 박사ㆍ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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