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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구리 불순물 때문이었나... "국내서 재현한 LK-99, 초전도성 없어"

입력
2023.08.31 17:00
수정
2023.08.31 1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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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서울대·부산대·포스텍 재현실험
연구기관별 재현시료 특성 크게 달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 자석(둥근 물체) 위에서 상당 부분이 공중에 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공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 자석(둥근 물체) 위에서 상당 부분이 공중에 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공

상온·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LK-99'를 발견했다는 국내 한 연구소의 논문을 두고 학계의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이 논문을 토대로 재현해낸 LK-99에서도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LK-99 제조 과정에서 생겨난 불순물 때문에 생긴 오해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31일 네 번째 브리핑 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한양대, 서울대, 부산대, 포스텍의 4개 연구기관이 재현실험을 진행했지만, 초전도 특성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고 강한 반자성이 특징으로, 상온·상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물질을 찾는 것이 물리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학회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찾았다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 논문 발표 이후 자체 검증위를 꾸렸는데, 현재까지 8곳의 기관이 검증위와 연계해 재현실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양대 고압연구소·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은 LK-99 논문에 있는 제조 방법을 토대로 합성에 나섰는데, 실험 결과가 조금씩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공통적으로 초전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우선 한양대는 LK-99와 조성·특성이 유사한 시료를 만들어 냈는데, 분석 결과 저항이 매우 커 사실상 부도체에 가까웠다. LK-99와 다소 다른 결정 구조를 지닌 서울대 재현시료 역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저항률이 5~10배 증가했고, 전반적으로 약한 반자성 특성만 보였다. 조성 비율을 바꿔 만든 부산대 재현시료에서도 저항의 변화가 관측됐지만, 초전도성에 의한 저항 감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포스텍 물리학과 연구진이 만들어낸 LK-99 시료 단결정의 모습. LK-99 검증위원회 제공

포스텍 물리학과 연구진이 만들어낸 LK-99 시료 단결정의 모습. LK-99 검증위원회 제공

포스텍은 별도의 공정을 통해 단결정(구성 원자가 규칙적으로 고르게 배열된 고체 물질)을 만들어냈다. 단결정을 만들 경우 기존 LK-99 제조 과정에서 생긴 황화구리(Cu2S) 불순물을 거를 수 있어, 물질 자체의 특성을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단결정 시료를 분석한 결과, 저항이 매우 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 확인됐다. 이는 앞서 LK-99 단결정 합성에 나섰던 독일 슈튜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진의 결과와 동일하다(관련기사 ☞ 네이처 "LK-99, 초전도체 아니다... 독일 연구진이 규명"). LK-99가 자석 위에 뜨고, 저항이 측정되지 않는 등 초전도체로 보이게 한 원인이 황화구리였다는 가설이 한 차례 더 검증된 것이다.

검증위는 "외국 재현실험 연구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 연구기관별로 제조한 시료의 특성이 크게 다르다"며 "여러 연구기관이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한 많은 시료를 재현해 측정하는 것이 결론 도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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