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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은 되지 않도록... 지구를 살리는 투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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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폭염과 폭우에 생명이 스러지는 잔인한 여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참사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분들이 더 큰 재앙을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고객의 상반기 개인컵 사용 횟수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350만 건을 기록했고, 비누형 샴푸(샴푸바) 소비자가 늘면서 한국소비자원이 제품 비교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금융도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탄소배출 감소 사업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기후금융' 또는 '녹색금융'1을 통해서요.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도 기후금융 활성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진심인 개인투자자와 운용역(펀드매니저)에게 해답을 물어보았습니다.
회사원 김예진(35·가명)씨는 지난해 9월 '가평자전거도로태양광발전소2-2호'에 20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아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사업자를 통해 발전소에 직접 투자(P2P2)한 것입니다. "투자기간 7개월에 수익률이 세전 12%로 높은 것도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옥상태양광 사업 예금식 투자상품'에도 310만 원(조합가입비 포함)을 넣었습니다. 김씨 같은 개인투자자(조합원)가 예치한 돈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그곳에서 만든 전력을 발전소에 팔아 얻은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김씨가 약속받은 이율은 최대 연 15%(세전·기본 이율 6.5~7%). 조합가입비를 내고 100만 원 이상 3년간 예치하는 조건입니다. 시중은행 상품에 빗대면, 3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한 셈입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투자 방식인데 거부감은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P2P는 지인으로부터 '원리금을 잘 돌려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예금식 투자 역시 비슷한 구조로 보여서 시도해 봤다"고 답했습니다. 대신 두 곳 투자금은 자산의 2~3% 수준으로 한정했죠.
김씨는 평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태양광 발전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태양광 사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투자가 "마냥 자선사업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업 모두 수익률이 높은 데다 "유망한 투자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는 "유럽연합(EU), 미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산업구조와 규제를 재편하고 있다. 그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녹색 인프라가 확대될 거라고 생각했고, 미리 투자하면 수년 뒤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전망은 비단 김씨의 생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기후환경 분야는 큰 관심축이 됐거든요. 많은 투자자가 2차전지주에 관심을 갖는 것도 탄소중립 과정에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미국에서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3이 통과돼 기대감은 더욱 커졌고요. 물론 '광풍(狂風)'으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일부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에선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책임운용역이 기후투자를 선도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주식형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요.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에 주목한다고 합니다. 2020년 10월에 설정됐는데, 약 3년 지난 현재 수익률은 약 27%입니다.
펀드의 또다른 특징은 퇴직연금용으로 설정됐다는 겁니다. 은 운용역에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아래는 그의 답변입니다.
연금은 최소 10년, 또는 30~50년 동안 운용해야 합니다. 기후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험은 연금 투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해, 어떤 퇴직연금, 개인연금 상품에도 기후위험을 가장 주된 위험으로 고려한 상품은 없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펀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은 운용역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논쟁이 끝났다고 들었을 때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면 향후 경제, 금융, 투자의 영역에도 기후위기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다 판단한 것이죠.
그는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변동인자가 있는데, 가장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금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돈이 필수적인 자본주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 투자에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투자를 많이 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기후금융이 시급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당장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경제성 있는 기술은 없지만, 현재 경제성이 확보된 기술만으로도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계산한 탄소예산4은 3,600억 톤이라고 합니다. 탄소 배출량을 연간 500억 톤에서 200억 톤으로 줄이면, 탄소예산 소진기간이 7년에서 18년으로 2배 이상 늘어납니다.
은 운용역은 주식 외 개인투자자가 고려해 볼 만한 투자 자산으로 탄소배출권, 녹색채권5, 제로에너지빌딩6, 에너지저장시스템(ESS)7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 중 배출권 거래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이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한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입니다. 국내에서 개인투자자는 배출권 거래를 할 수 없는데요. 대신 EU 등 해외 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8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표방하는 ETF 투자도 개인투자자에게 접근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①그린워싱9 판별이 어렵다는 겁니다. 아직 ESG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세계적으로 ESG 기준을 만들려는 노력이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 혼선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각국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ESG 공시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기준으로 채택되면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②정부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 정책도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김씨도 이달부터는 두 상품 모두 투자를 잠시 중단할 예정입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투자를 재개하더라도 이미 완공돼 전력을 판매 중인 발전소를 선택할 계획입니다.
신 위원도 "녹색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정책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녹색투자는 인프라, 기술 투자라 본질적인 속성이 장기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은 연구원은 "우리나라에 기후금융이 존재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정책 지원이 전무하다. 배터리, 태양광 기업은 자본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민간 금융기관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조달하는 경우도 많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녹색투자 역시 '투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③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씨의 태양광 P2P 투자의 경우, 완공이 늦어지면서 전액 상환이 4개월 지연됐다고 합니다. 처음엔 돈을 날리는 줄 알고 식겁했다는데요. 다행히 대환대출을 통해 전액을 상환받았고, 지연이자까지 받았습니다. 참고로 8월까지 김씨의 투자 수익은 P2P가 세후 8%, 옥상태양광 예금이 세후 6.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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