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금도 회자되는 20세기 스포츠카의 정점 – 맥라렌 F1

입력
2023.08.30 19:22

맥라렌 F1

맥라렌 F1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가 맥라렌(McLaren) F1 팀 관계자들과 수다에서 시작된 스포츠카가 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존재이자, 여전히 ‘최고의 스포츠카’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차량인 F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F1은 맥라렌 최초의 자체 생산 ‘양산 차량’일 뿐 아니라 20세기의 수 많은 스포츠카 중 ‘최고의 차량’이라 평가 받을 정도의 운동 성능, 그리고 391km/h에 이르는 최고 속도 기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맥라렌 F1은 어떤 차량일까?

맥라렌 프로토타입 '알버트'

맥라렌 프로토타입 '알버트'

알버트와 애드워드 이야기

1992년, 맥라렌이 F1의 구성을 완성하기 전 ‘기술 연구’를 위한 프로토타입을 구현하기 위해 울티마 사의 MK3 키트 위에 자신들의 ‘개발 사상’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MK3 키트가 사용된 것은 ‘F1의 설계 사상’을 구현하기 가장 좋은 키트라고 알려졌다.

두 대의 테스트카의 이름은 알버트(Albert)와 에드워드(Edward)로 명명됐으며, 알버트는 쉐보레의 빅블록 V8 엔진을 탑재해 구동계 및 전자장비 개발에 사용됐고, 독특한 ‘시트 구조’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에 사용됐다.

맥라렌 프로토타입 '애드워드'

맥라렌 프로토타입 '애드워드'

애드워드는 고든 머레이 및 맥라렌의 요청에 따라 BMW가 개발한 S70/S 엔진을 탑재했으며 변속기, 서스펜션, 그리고 냉각 시스템 등을 테스트하는 차량으로 사용됐다. 두 차량은 비롯 ‘완성된 차량’은 아니었으나 F1 데뷔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

맥라렌 F1 러닝 프로토타입 XP1

맥라렌 F1 러닝 프로토타입 XP1

다섯 대의 러닝 프로토타입

고든 머레이는 가장 특별한 차량의 개발을 이전부터 생각해왔고, F1는 이러한 꿈을 그려내는 도화지로 최적의 차량이었다. 카본파이버와 티타늄, 케블라 소재는 물론 마그네슘과 금 등 다채로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그 결과 F1은 양산차 최초로 카본파이버 모노코느 섀시를 사용한 차량이었다. 그리고 보다 우수한 완성도는 물론 강력한 성능 및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다섯 대의 러닝프로토타입’이 개발되어 다양한 장면에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맥라렌 F1 러닝 프로토타입 XP3

맥라렌 F1 러닝 프로토타입 XP3

1992년 12월 23일 완성된 첫 번째 러닝 프로토타입, XP1은 이듬해 3월 나마비아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폭발해 그 삶을 다했고, XP2는 충돌시험에 사용됐다. 이어 XP3는 서스펜션 조율과 내구성, 그리고 최고 속도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후 XP4를 거쳐 XP5에 이른다. 참고로 XP5는 사실 상 완성형에 가까운 차량이었으며 당대 재규어의 C-X75가 달성했던 ‘최고 속도’ 기록을 사냥하기 위해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이 도전은 맥라렌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기술이 빚어낸 맥라렌 F1

맥라렌 F1이 낯선 이들이 있다면 기억을 돌아보자.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던, 그리고 주제가로 인해 ‘라젠드라를 찾다’ 성대결절을 오게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황금로봇 골드런(원제: 황금용자 골드란)’을 기억한다면 F1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바로 골드런의 중심이자 주인공 3인방의 파트너, ‘킹스톤(원작 내 ‘드란’)’이 바로 맥라렌 F1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듯, F1의 모습은 당대의 슈퍼카들의 디자인과 많은 부분을 공유했고, 나아가 ‘기술적인 혁신’이 곳곳에 자리한 차량이었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넓고 낮게 그려진 프론트 엔드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헤드라이트 등의 배치가 시선을 끈다. 여기에 큼직한 윈드실드와 매끄러운 루프 라인 등은 F1를 상징하는 주요한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측면의 입체적인 연출, 제한된 크기의 작은 창문과 함께 낮은 차체로 인해 더욱 커 보이는 휠과 고성능 타이어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더불어 고성능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리어 스포일러 없는 형태는 ‘맥라렌’의 공기역학, 고든 머레이의 ‘팬 카’의 DNA를 드러낸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후면은 무척이나 기능적인 모습이다. 칼로 썰어낸 듯한 직선의 면과 원형의 라이트 유닛, 그리고 큼직한 머플러 팁이 ‘F1’의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낸다. 참고로 이러한 모습을 통해 F1은 0.32Cd의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구현했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1+2 구조의 시트를 품다

고든 머레이가 F1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구성 중 하나가 바로 1+2 구조의 시트 구성이다. 운전자가 중앙에 자리하고, 조수석을 좌우로 배치해 ‘가장 최적의 밸런스’를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시트를 중앙에 두는 것 외에도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기어 레버의 위치, 그리고 이러한 구성을 구현하기 위해 차체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F1의 실내 중앙에 자리한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그리고 시트 좌우로 패널을 세워 기어 레버 및 각종 인터페이스를 배치했다. 여기에 두 조수석 탑승자는 살짝 비스듬히 앉게 됐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그러한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세 명의 탑승자가 ‘F1’이라는 강력한 스포츠카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됐고, 나아가 고든 머레이가 기대했던 빼어난 밸런스, 넓은 주행 시야라는 ‘기술적’ 이점 역시 얻을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러한 공간에는 ‘고급스러운 감성’ 보다는 경량화를 위한 노력이 대거 적용됐다. 실제 F1의 모든 시트는 무적이나 얇고, ‘시트 각도 조절’ 등의 편의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우수한 개방감이 특별함을 선사했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특별한 기록

F1을 개발하던 당시, 맥라렌은 F1 무대에서 혼다에게 엔진을 공급 받고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든 머레이 역시 처음에는 ‘혼다의 엔진’을 탑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혼다는 대형 엔진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고, 사실 상 F1 레이스카에 사용되는 엔진 수준의 ‘출력 및 무게’를 가진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파트너에게 공급하는 것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혼다는 맥라렌에 엔진 공급을 약속하지 못했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이에 따라 맥라렌은 새로운 파트너를 수배했고, BMW의 M 측에 엔진 의뢰를 맡겼다. 이에 M은 폴 로쉐(Paul Rosche)의 지휘 아래 850CSi에 탑재된 더블 바노스 구조의 S70 엔진을 기반으로 배기량을 키우고, DOHC 구조를 더한 ‘초고성능 엔진’ S70/2를 개발했다.

S70/2 엔진은 당초 고든 머레이의 요청과 비교해 조금 더 무거운 엔진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출력’을 냈던 만큼 F1에 적용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엔진의 단열을 위해 ‘금’이 사용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다.

맥라렌 F1

맥라렌 F1

이러한 노력의 결과 F1은 627마력(ps)의 강력한 출력과 더불어 66.3kg.m의 풍부한 토크를 구현해 폭발적인 움직임을 약속했다. 여기에 강력한 출력에 대응할 수 있는 6단 수동 변속기, 후륜구동 레이아웃 등을 조합해 ‘퓨어 스포츠카’의 순수성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F1은 정지 상태에서 단 3.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폭발적인 움직임은 물론이고 200km/h와 300km/h에 이르는 것 역시 단 9.4초와 22초에 불과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또한 8.5km/L의 유럽 내 공인 연비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최고 속도는 1994년의 ‘조나단 팔머(Jonathan Palmer)가 주행해 371.8km/h를 달성했고, 이후 앤디 월리스(Andy Wallace)가 386.4km/h를 기록하고 이후 셋업 변경을 통해 391km/h를 달성하며 이후 ‘부가티 베이론’의 등장까지 양산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맥라렌 F1 GT

맥라렌 F1 GT

106대의 F1, 그리고 모터스포츠

맥라렌의 계획으로는 F1을 총 300대 생산, 판매할 계획이으나 당시 경제 및 사회 상황으로 인해 프로토타입을 포함, 총 106대에서 그 계보를 멈추게 됐다.

그리고 106대의 차량 속에는 ‘특별함’을 담은 차량 역시 존재했다. 먼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완주를 기념해 파파야 오렌지 컬러를 더한 LM 모델이 있었고, 고성능 사양으로 조율된 HDK 사양이 존재했다.

맥라렌 F1 GTR

맥라렌 F1 GTR

그리고 F1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차량이자 ‘모터스포츠의 경험’을 대거 적용한 존재 ‘F1 GT’가 존재했다. F1 GT는 다운포스 개선 및 각종 기술 요소들이 개선되어 ‘최강의 F1’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모터스포츠의 명가, 맥라렌답게, 그리고 F1 LM의 등장의 밑거름이 된 ‘모터스포츠 사양’의 F1도 있었다. 바로 F1 GTR이 그 주인공이며 기본의 GTR 사양과 전장을 늘린 롱테일(LT) 모델이 개발되어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를 누볐다.

맥라렌 F1 GTR

맥라렌 F1 GTR

참고로 맥라렌 F1 GTR 중에서는 다이도프 리버리와 ‘걸프’ 리버리의 사양들이 널리 인기를 누리며 유럽은 물론 일본 등 세계 곳곳의 트랙을 누비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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