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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투어리즘 해법은 "싸구려 관광 제한하고 고통 감내한 주민에 혜택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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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임대료 상승으로 토박이 음식점과 세탁소 등이 문을 닫고,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다. 소음과 쓰레기, 교통 체증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마을 특색이나 정취가 사라진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은 비슷한 패턴으로 마을형 관광지를 망가뜨린다. 한국일보가 7~8월 취재한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주민들 사이에서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가면 들판이 황폐화되지 않느냐”는 자조가 나오는 배경이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주민, 관광객, 상인 모두가 ‘윈윈’하고, 고유의 관광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일보는 관광ㆍ지역 전문가 7명과 주민 121명 인터뷰 등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 필요한 5대 방안을 정리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적정’ 관광객 규모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는 관광지 내 점포와 숙소 등 이용가능 면적과 동시 최다 방문객 수, 체류시간 등 변수를 조합해 산출한다. 박경옥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하루 적정 관광객을 2,601명으로 추산했다. 그해 하루 평균 7,041명이 방문했기에 ‘과잉관광’이 분명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적정 수준을 넘어선 관광객 탓에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주민들은 “북촌이 제2의 이태원이 될 수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는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까 봐 적정 수용 규모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연구가 선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용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이 오고 있다면 시간적ㆍ물리적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 2018년 종로구가 북촌 한옥마을에 도입한 ‘관광허용시간제(오전 10시~오후 5시)’가 대표적이다. 다만 당시엔 관광객 진입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2020년 관광진흥법 통과로 지자체가 오버투어리즘 관광지의 방문시간을 제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김남조 한양대 교수는 “오전 10시 이전, 오후 7시 이후엔 관광객 접근을 막는 등 거주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먼저 겪은 해외에선 이미 ‘인원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해 6월 ‘사전 방문 예약제’를 도입해 일일 방문객 수를 5만 명 이내로 제한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도 하루 4,000명까지만 유람선을 타고 해안 성벽을 관광할 수 있도록 했다.
오버투어리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는 저가(低價) 단체관광이다. 저렴한 여행 상품을 판매해 관광객을 데려온 여행사들은 무료 관광지 중심으로 '뺑뺑이'를 돌린다. 북촌 한옥마을과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꼭두새벽부터 단체관광 버스가 끝없이 몰려온다”고 얘기하는 배경이다.
단체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 중 상당수는 "주거지에 왔으니 정숙하라"고 알리지도 않는다. 외국 관광객들이 민속촌으로 알고 가정집 문을 열어보거나, 왁자지껄 떠들며 사진을 찍는 이유다. 박인숙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장은 “문화 체험 없이 공짜 지역만 도는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주민들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통스러워한다”며 “정부가 저가 여행 상품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편익은 일부 외지인과 소수 상인들에게 집중되고, 다수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등 불편만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불공정 게임'이 계속되면 주민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관광객 탓으로 돌리게 된다. 공정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는 “관광객이 쓴 돈이 지역 사회와 주민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은 입장료 수익의 최대 50%를 주민 복지 등에 사용하고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협의회가 기념품 판매점 등을 운영하며 수익의 30%가량을 복지사업에 쓰고 있다. 제주도는 환경 보전을 위해 관광세를 걷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속가능관광 지방정부협의회 고문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은 “관광해설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등 주민들에게 득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은 마을 정체성 훼손, 젠트리피케이션(상업화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터전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소음 등 주거 여건 악화와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예술인 등이 마을에서 밀려나고, 어디서나 볼 법한 카페나 기념품 가게 등이 급증한다. 약국과 미용실, 세탁소 같은 생활편의시설도 관광객 대상 상가로 바뀐다. 주민들은 이런 급격한 변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관광객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임대료가 너무 오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같은 상점만 남게 되고 지역 특색은 사라진다”며 “서울 성동구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동구는 2015년부터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건물주에게 용적률 완화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의 원인을 파악해도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여부를 두고 ①원주민 ②마을 정취에 끌려 이주한 문화 집단 ③상인 등 주민들의 입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의 이해관계 조정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제언이다. 김영종 전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자체가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모이는 간담회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며 “자주 만나서 얘기를 듣다 보면 내부 갈등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 전 구청장은 2010년부터 구청장을 세 차례 연임하며, 북촌 한옥마을의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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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517140000790
<글 싣는 순서>
①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
②비극은 캐리어 소리부터
③저가 관광과 손잡은 시장님
④다가오는 관광의 종말
⑤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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