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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황금시대 끝났다"던 영국, 외무장관 보내 관계 개선 시동

입력
2023.08.30 16:15
수정
2023.08.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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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벌리 "오해 피하기 위해 중국과 정기적 대화해야"
영국 정치권은 "대만 독립국" 명기하며 정부 압박

제임스 클레벌리(왼쪽) 영국 외무부 장관이 30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제임스 클레벌리(왼쪽) 영국 외무부 장관이 30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영국 외무부 장관이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등 유럽 국가들 중에 중국에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기류는 다르다. 영국 하원은 "대만은 독립국가"라는 보고서를 채택해 중국을 견제했다.

"외교·무역 되살리려는 행보"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30일 베이징에 도착해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양국이 오해를 피하고 의견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며 고위급 소통 재개 의사를 드러냈다. 영국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기후변화부터 전염병 예방까지, 또한 경제 불안부터 핵비확산 이슈까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중국 없이는 풀 수 없다"며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회담한다.

양국 고위급 소통은 2018년 제러미 헌터 당시 영국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처음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당시 영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고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맞섰다.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 주재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의 반(反)중국 시위대 폭행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더 악화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뒤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 "중국 고립은 국익 배신"...하원 "대만은 독립국"

수낵 총리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영국 내 반중 여론에 호응하는 '쇼잉' 성격이 짙었다. 물밑에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왔다. 영국 가디언은 클레벌리 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 중에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정치적 대화를 재개해 중국과의 무역을 되살리려는 게 진짜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고립이 목표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은 영국 국익에 대한 배신"이라는 지난 4월 클레벌리 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영국 정치권은 수낵 정권이 중국에 굴복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30일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국가"라고 명시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영국 하원이 대만을 독립국가로 규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원은 "현 영국 정부는 대만을 대담하게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제재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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