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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햄버거집 탐방하는 스타트업의 이색문화 '버거로드'

입력
2023.09.05 13:00

조리 로봇 스타트업 에니아이 체험기 2회

버거 로드 행사에 참여한 에니아이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햄버거 가게를 방문해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버거 로드 행사에 참여한 에니아이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햄버거 가게를 방문해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에니아이는 음식 조리 로봇을 만드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입니다. 이곳에서 만든 로봇 '알파 그릴'은 조리 온도, 시간, 두께를 원하는 대로 조정해 햄버거 패티를 만듭니다. 로봇이 조리부터 철판 청소까지 자동으로 하며 패티 양면을 동시에 빠르게 구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곳은 햄버거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답게 다양한 햄버거를 접하는 '버거 로드'라는 이색 문화가 있습니다. 전체 회의가 있는 날 회사로 햄버거를 배달시켜 함께 먹거나 점심시간에 원하는 직원들끼리 햄버거 맛집 탐방을 합니다. 황지영 에니아이 마케팅 매니저는 버거 로드가 제품 개발을 위한 특별한 문화라고 설명합니다. "버거 로드는 햄버거를 어떻게 조리하는지,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다 같이 학습하기 위해 마련했어요.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더 좋은 햄버거 조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죠. 그래서 주방이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 가면 집기를 어떤 순서로 배치하는지, 햄버거를 만드는 직원들의 동선이 어떤지 일일이 관찰해요."

이들은 주로 회사가 위치한 서울 성수동 주변 햄버거 매장을 방문합니다. "성수동은 햄버거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문화를 선도하는 곳이어서 사업에 도움 되는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방문 매장을 선택하기 전 메뉴에 특색이 있는지 확인해요. 독특한 소스와 식자재를 사용하는 곳이나 해외 업체가 국내에 매장을 연 경우에도 빼놓지 않고 방문하죠."

이들이 지금까지 찾아간 햄버거 매장은 30곳이 넘습니다. 버거 로드를 하면 이용자 관점에서 알파 그릴 로봇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햄버거 매장 직원이 알파 그릴 로봇의 작동 영상을 보고 남은 조리 시간을 표시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어요. 남은 조리 시간을 알면 주방에서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거든요.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H도 에니아이 직원들과 함께 버거 로드를 체험하기 위해 성수동 햄버거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그냥 햄버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분석했습니다. 동행한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장주철 엔지니어가 햄버거를 먹으며 요즘 패티의 특징을 설명해 줬습니다. "요즘은 얇은 햄버거 패티가 유행이에요. 이곳 햄버거 패티도 얇은데 퍼석퍼석하거나 부서지지 않고 바삭해서 맛있어요. 타지 않게 잘 구웠네요."

이렇게 분석한 내용을 알파 그릴 로봇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 정도 두께의 패티면 알파 그릴로 구웠을 때 30~40초 걸리겠네요. 사람이 구우면 뒤집어야 하니 시간이 두 배 더 걸리죠. 그만큼 알파 그릴이 빠르게 구울 수 있겠네요. 가게 업주 입장에서는 로봇을 통해 수고를 덜 수 있죠."

버거 로드는 직원들이 알파 그릴 로봇의 효용성을 재차 실감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황 매니저에 따르면 햄버거 가게 운영은 손이 많이 갑니다. "햄버거 패티를 구우려면 더운 주방에서 반복 작업을 해야 돼요. 그만큼 힘들어 직원들이 금방 그만둬 채용에 어려움을 겪죠. 따라서 로봇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로봇으로 원하는 조리법을 설정해 놓으면 여러 지역에 있는 각 매장에서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어요."

황 매니저는 알파 그릴을 든든한 직원에 비유했습니다. "햄버거점 주방에서는 빵 굽는 사람, 패티 굽는 사람, 햄버거의 각 재료를 조합하는 사람 등 각자 역할이 있어요. 만약 패티 굽는 사람이 빠지면 그 업무를 나머지 사람들이 나눠 부담해야죠. 그렇지만 로봇은 아프거나 결근하지 않으니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직원 같죠."


이강규 에니아이 테크 리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조리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이강규 에니아이 테크 리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조리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버거 로드는 이강규 에니아이 테크 리드의 주도로 시작됐다가 자연스럽게 회사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전에 햄버거 조리 로봇 개발을 위해 대표를 포함한 회사의 연구·개발(R&D) 구성원들이 전부 이틀씩 햄버거점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직접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는 게 중요하죠."

이 업체는 버거 로드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햄버거 뿐만 아니라 다른 요리까지 가능한 확장된 조리 로봇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음식의 맛에 정답은 없죠. 어떤 사람은 눅눅한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바삭한 것을 좋아해요. 이렇게 취향이 다르니 같은 음식을 먹어도 평가가 다채로워요. 그래서 여러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추구하죠. 앞으로 샌드위치, 스테이크처럼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이가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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