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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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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8일까지 관객 330만 명을 모은 한국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가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대지진으로 서울 모든 건물이 다 무너진 가운데 홀로 우뚝 선 황궁아파트가 주요 배경이다. 지진 전에는 딱히 눈에 띄지 않던 황궁아파트에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벌어지는 아귀다툼이 이야기 줄기를 이룬다. 하루 만에 신분 상승한 황궁아파트 거주자들 모습은 한국 사회 부동산 벼락부자를 은유한다.
□ 한국에서는 집에 관한 영화가 곧잘 사랑받아 왔다. 코믹 공포 영화 ‘귀신이 산다’(2004)는 귀신과 인간이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사연을 그려 관객 289만 명을 모았다. 셋방살이에 한이 맺힌 한 사내가 생애 최초로 집을 샀다가 겪는 일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 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219만 명이 관람한 ‘싱크홀’(2021)도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주인공이 어렵게 산 빌라가 통째로 지반이 내려앉아 생긴 거대 구멍 속으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 한국에서 집은 재산 목록 1호이자 신분의 상징이다. ‘귀신이 산다’와 ‘싱크홀’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해 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집을 둘러싼 한국인의 욕망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육교 하나 건너는 데 23년”이 걸렸으니 외부인들과 아파트를 절대 공유할 수 없다는 한 등장인물의 말에는 한국 사회가 함축돼 있다. 밖에서 누군가 죽어나가도 거주민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집단이기주의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이다.
□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의 집에 대한 사유는 미국 영화 ‘노매드랜드’(2020)와 비교할 만하다.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살던 작은 도시가 불황으로 무너지자 길 위의 삶을 택한다. 작은 밴을 타고 떠돌던 그에게 한 소녀가 “엄마 말로는 집이 없으시다(Homeless)던 데 진짜예요?”라고 묻는다. 펀은 “집이 없는 것(Homeless)은 아냐. 거주지가 없는 것(Houseless)이지”라고 답한다. 정서적인 집(Home)에 대한 애착보다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House)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인은 공감 못 할 대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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