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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에 한푼도 못쓴다는 박민식... MB·박근혜 때 이미 국비 수억원 지원

입력
2023.08.29 15:24
수정
2023.08.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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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과거 국비 내역 3건 공개
정율성거리 조성에 4억5,000만 원
생가 입구 도로 정비에 1억 원
박민식 보훈부 장관 SNS 글 반박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 출신이자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의 행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시민들이 길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 출신이자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의 행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시민들이 길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가 29일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과 관련한 기념사업 및 시설 복구비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혈세는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 된다"고 하자, 역대 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은 정율성 관련 사업을 내놓으며 되받아친 것이다.

광주시가 이날 공개한 정율성 관련 예산 집행 완료 사업은 모두 3건이다. 이에 따르면 광주시는 2012년 남구 양림동 일대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의 하나로 길이 230여m짜리 정율성거리를 조성하면서 사업비 4억5,000만 원을 썼는데, 여기엔 국비 2억2,500만 원이 포함됐다. 이 사업은 양림동 출신 문인과 예술인의 업적을 기념하는 테마 상징길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정율성은 어린 시절 양림동 외삼촌집에서 음악을 듣고 자랐다.

광주시는 또 2014년 6월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 입구 도로를 정비하면서 국비 1억 원과 시비 1억 원을 사용했다. 이 국비 재정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자율 계정으로 지원됐다. 광주시는 2020년 8월 정율성거리 내 영상 기기 및 시설물이 수해로 인해 고장 나자 이듬해 1~8월 1억800만 원을 들여 복구했다. 이때도 광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재해복구비 5,4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광주시가 주최하는 정율성 국제음악회에도 국비가 일부 지원됐다. 실제 광주시는 사업비 5억 원씩이 투입됐던 2009년과 2010년 음악회 개최 당시 각각 1억 원과 9,000만 원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광주시가 정율성 관련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한 것은 국민의힘과 박 장관이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사업을 사실상 '반국적 사업'으로 규정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SNS에서 "국민의 혈세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익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호남을 빛낸 인물들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를 세금을 들여 기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 제공.

이에 광주시는 1996년 10월 문화체육부장관이 정율성 부인 정설송 여사에게 한중 양국 간 상호 이해 증진과 문화 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감사패를 전달한 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정 여사는 정율성이 생전에 수집한 고전 악보 및 조선족 민요 등 자료를 국립국악원에 기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장관이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사업을 사실상 '반국적 사업'으로 규정한 데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걸 광주시가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정율성이라는 관광 자원을 발견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20여 년째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관광협회, 학교 등 민간 영역에서도 꾸준히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갑자기 이를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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