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죄책감은 이제 그만

입력
2023.08.29 22:00
수정
2023.08.30 14:01
27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필자는 기업 강의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 직장인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실력뿐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도 뛰어나고 성장 욕구 또한 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이다.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는 자신이 일을 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아이의 신체와 정서 발달, 학습능력,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이러한 이유로 워킹맘은 좋은 기회가 와도 덥석 잡지 못한다. 육아와 경력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 사이 어디쯤에서 괴로워한다.

이러한 걱정을 하는 워킹맘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캐슬린 맥긴 교수 연구진이 29개국 10만 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일하는 엄마와 전업주부 엄마가 성인이 된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일하는 엄마의 딸이 전업주부의 딸보다 취업할 가능성이 1.21배 높고, 직장에서 관리자로 승진할 가능성이 1.29배 높았다. 수입도 차이가 나는데 2012년 미국에서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 중 일하는 엄마의 딸은 전업주부의 딸보다 연평균 1,880달러를 더 벌었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떨까? 아들에서는 다른 방식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일하는 엄마의 아들은 전업주부의 아들보다 일하는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이 있으며, 직장에서 보다 성평등적인 태도를 취했다. 매주 가족을 돌보는 데에도 50분을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런 차이가 엄마의 취업 여부가 아니라 교육 수준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엄마의 학력을 통제한 후에도 일하는 엄마는 딸의 진로와 취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엄마가 딸에게 강력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으며, 딸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가 연구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발견됐다. 딸과 아들 모두에게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질문했더니 일하는 엄마의 성인 자녀는 전업주부 엄마의 자녀와 마찬가지로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한 일하는 엄마의 아들과 딸 모두 전업주부 엄마의 자녀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강의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일하는 엄마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엄마가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일하는 엄마라면 자신이 아이의 취업과 승진, 수입, 그리고 결혼생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엄마가 일을 해도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모든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고 싶은데 아이 때문에 포기하는 엄마는 없으면 좋겠다. 맥긴 교수는 "여성이 일을 선택하는 것은 재정적, 개인적인 선택"이며 "여성은 자녀에게 해를 끼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일을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여부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일하는 엄마라면 일을 그만두는 대신 주변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해 일과 삶을 양립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행복한 엄마가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그러니 죄책감은 내려놓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자.


유재경 국민대 겸임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