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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발견된 물질에서 양자컴퓨터 힌트 찾았다

입력
2023.08.29 01: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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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격자 구조에서 양자현상 세계 처음 확인
양자컴 후보물질로...물리학·화학 공동연구 결실
상용화까진 멀지만 "양자컴 돌파구 열었다"

아이오딘화 코발트의 구조와 삼각격자에서의 키타에프 모델 도식. 인접한 코발트 이온끼리 결합을 이루며 각 결합의 종류(빨강, 파랑, 초록색 선)에 따라 달리 생기는 상호작용이 이 물질에 복합한 양자상태를 만들어 낸다. 박제근 서울대 교수 연구진 제공

아이오딘화 코발트의 구조와 삼각격자에서의 키타에프 모델 도식. 인접한 코발트 이온끼리 결합을 이루며 각 결합의 종류(빨강, 파랑, 초록색 선)에 따라 달리 생기는 상호작용이 이 물질에 복합한 양자상태를 만들어 낸다. 박제근 서울대 교수 연구진 제공

국내 연구진이 삼각격자 구조를 가진 자성물질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상태를 발견했다.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진과 김성진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삼각격자 물질을 이용해 양자현상의 일종인 '키타에프 모델'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키타에프 모델은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양자현상 중 하나로, 오류가 없는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양자현상 연구는 주로 벌집 구조를 가진 물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인 육각형 격자 구조를 띠고 있는 '그래핀'이 대표적인 예다. 벌집 구조가 아닌 삼각격자 구조에서도 다양한 양자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이론은 존재했으나, 실제 물질에서 양자현상이 구현된 연구 결과는 없었다. 양자현상이란 물질 하나에 여러 개가 겹쳐 있거나, 멀리 떨어져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등의 양자역학 특성이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양자컴퓨터는 이런 특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만든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박제근 교수 연구진은 삼각격자 구조를 가진 자성물질인 아이오딘화 코발트(CoI2)에서 키타에프 모델을 구현했다. 아이오딘화 코발트는 40년 전 발견된 물질이지만, 수분에 매우 취약해 연구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아이오딘화 코발트의 시료를 엄지 손가락만 한 크기로 키우고, 특수 화합물로 코팅해 취약점을 보완한 뒤 양자현상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이 가능하게끔 시료를 키우는 데는 이화여대 화학과 연구진이 힘을 보탰다. 박 교수는 "물리학과 화학의 공동연구가 상당히 잘 이뤄진 경우"라고 강조했다. 실험과 분석에는 일본과 미국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렇게 양자현상이 확인된 물질은 향후 양자컴퓨터 기술에 쓰일 수 있는 물질의 '후보군'으로 올라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실제 양자컴퓨터 기술로 상용화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존에 연구가 이뤄지지 않던 물질에서 양자현상을 발견해 새로운 돌파구를 연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게재됐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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