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치악산' 제목 변경 불가… 뿔난 원주시 "법적 조치"

입력
2023.08.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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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변경 두고 원주시·제작사 협상 결렬
시 "모방 범죄, 이미지 훼손 우려 가처분"
제작사 "원주시, 주민 피해 없도록 최선"

강원 원주시가 실제 지명을 사용한 영화 '치악산'의 제목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 포스터. 도호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원 원주시가 실제 지명을 사용한 영화 '치악산'의 제목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 포스터. 도호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원 원주시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치악산을 제목으로 한 공포영화가 제작되자 원주시가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제작사 측이 제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원주시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곳곳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모방 범죄와 지역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원주시는 28일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 ‘치악산’에 대하여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영화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40여 년 전 치악산에서 18토막이 난 시신 10구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괴담을 소재로 한다. 원주시는 내달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와의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제목을 바꾸고 치악산이 등장하는 대사를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뿐 아니라 치악산국립공원에 자리한 사찰인 구룡사가 영화 개봉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와 ‘치악산’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농축산업계, 관광업계도 반대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회의 석상에서는 제안을 수용할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뒤돌아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태를 보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원강수 원주시장 역시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이자 건강도시인 원주의 이미지가 듣도 보도 못한 괴담으로 훼손되어 버리는 상황”이라며 “영화 개봉으로 인해 36만 시민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개봉 준비와 함께 원주시와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홍보와 함께 충분한 설명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전달드렸다”며 “원주시와 지역 주민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명을 딴 영화 제목으로 지자체와 제작사가 갈등을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경기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과 2016년 전남 곡성군과 같은 이름의 영화 ‘곡성’ 상영 당시에도 지역 이미지 훼손 논란이 일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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