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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테네에서 배우는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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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고대 아테네는 도시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차이가 꽤 컸다고 한다. 도심, 언덕, 해안 등 거주 지역에 따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이들 지역에서 각각 대표를 뽑아 민주정치를 실행할 경우 지역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아테네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아테네의 민주제도를 설계한 클레이스테네스는 대표 선출을 위해 아테네 시민들을 10개 집단(tribe)으로 나누었는데, 각 집단은 위 세 지역 주민들을 골고루 포함하도록 구성해 선거와 지역 이해를 분리시켰다. 각 집단은 매년 50인의 대표를 선출했고 이들이 모인 ‘500인회’는 아테네의 주요 입법과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 각 집단이 50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투표가 아닌, 구성원 중 무작위 선출이었다. 그 결과 아테네 시민들은 평생 평균 2회 정도 500인회에 포함됐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소위 ‘정치꾼’들이 민주 정치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역주의는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정치적 기득권을 영속화하고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는 고질적 병폐가 되고 있다. 지역구 선거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비례대표 후보 결정에 당 집행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아무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문제들만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러다 보니 후진적 정치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자포자기한 채 정치에 대한 개탄과 자조들만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아테네인들처럼 발상을 전환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린다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다. 모든 유권자들을 지역구 대신에 무작위로 300개의 선거구에 배정한다면 각 선거구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잘 대표하는 동질적인 집단이 되므로 특정 지역이나 세대, 계층만을 대표하는 정치는 대세가 될 수 없다.
전국구 의원을 따로 뽑을 필요도 없다. 국회의원은 당연히 지역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구를 없앤다니 무슨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냐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이익보다 지역구를 우선하는 정치행태, 지역적 이권개입과 유착, 지역감정 등 지역구 제도의 수많은 폐해를 생각하면 국회의원과 지역의 연계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압도적으로 크다. 지역사회 대표는 지방자치제 등 다른 대체 수단으로도 찾을 수 있다. 모든 선거구가 동질적이면 소수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는 현행 지역구 제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문제로서 오히려 동질적인 선거구하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더 쉽다.
물론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거의 제로다. 쪽지 예산과 발품으로 지역구 기반을 닦아 놓은 기존 정치인들이나 그런 정치인들을 통해 지역 이권을 확보한 기득권들이 절대로 찬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진적 정치의 함정에 빠져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좌초될 위기에 선 지금 이런 도전적 발상이라도 논의해 봐야 한다. 고대 아테네에서 시행한 제도라면 21세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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