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방치된 고양이 40마리.. ‘불법 번식장’이었나?

입력
2023.08.28 09:00



AI앵커가 전해드립니다. 동그람이의,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건물에서, 몇개월 동안 악취가 난다는 민원에 경찰이 가봤는데요. 고양이 수십 마리가 오물에 뒤엉켜 방치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고양이 사체도 나왔습니다. 고양이 소유주는 현재 구속된 상태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돌봤다고 주장하는데요. 동물보호단체는 소유주가 불법 번식장을 운영한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고양이 40마리가 방치된 채 발견됐습니다. 건물 주인은 지난 5월부터 주변 상인에게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반복해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건물주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상의한 끝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 신고하고 강제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최민정 활동가는 “암모니아 가스가 방 안에 가득 차서 냄새도 심했고 눈도 뜨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바닥에는 대변을 비롯한 오물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세 마리 고양이 사체가 방치된 채 발견됐습니다. 살아있는 고양이들의 상태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한 고양이의 몸에는 오물이 곳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는 몸무게가 1.1㎏에 그쳤습니다. 심각한 저체중과 저혈당 상태에 빠진 고양이는 누워서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습니다.

동물단체와 지자체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고양이들을 구조할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고 현장에서 잠시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2일, 고양이 사체가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방치돼 있던 고양이 사체와 오물들을 치운 겁니다.

현장을 급히 정리한 사람은 고양이 소유주가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고양이 소유주는 현재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였습니다. 이 사람이 언제 어떤 이유로 구속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구속된 뒤에도 동물을 돌보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정기적으로 청소를 시켰다”고 말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의 설명과 매우 달랐습니다.

심지어 둘째날에는 적발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고양이 사체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이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던 지자체는 남은 36마리의 긴급 격리조치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6마리는 서울시가, 나머지 30마리는 동물자유연대가 맡아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소유주가 어떤 목적으로 건물에서 고양이를 사육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정리한 임시 직원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동물을 받아서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에 동물위탁관리업으로 등록된 정식 사업장은 없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곳이 불법 번식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최 활동가는 “만일 고양이를 관리하고 있었다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발견된 고양이상당수가 메인쿤이나 샴고양이, 페르시안 등 품종묘였다는 점도, 불법 번식장이라는 의혹을 사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방치된 동물 사체가 발견된 만큼, 고양이 소유주를 동물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마포구는, 구치소에 있는 고양이소유주를 찾아가 소유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불법 번식 혐의를 추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수개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경찰 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더 많은 동물 뉴스 만나보기▼


정리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사진 및 영상 = 동물자유연대 제공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