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일본 정부에 책임 묻는 일본인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구 고려박물관. 편의점 한 곳 정도 크기인 작은 공간이지만 30명이 넘는 일본인들로 가득 찼다.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을 생생하게 묘사한 30m짜리 두루마리 그림을 눈으로 보기 위해 온 것이다. 그림을 그린 이는 대지진이 일어난 지 2년 반 만에 그림을 완성했고, “지진 재해에서 발생한 일을 돌아보고 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 그림을 발굴한 아라이 가쓰히로 전 관장(전 센슈대 역사학 교수)은 참석자들에게 “간토대지진 관련 전시를 하는 곳에서도 조선인 학살이란 표현은 어떻게든 쓰지 않으려 한다”며 학살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민간의 자경단이 조선인 6,000여 명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일본 치안 최고 책임자인 내무성 경호국장이 각 지방에 “조선인이 방화와 폭동을 일으키니 엄중히 단속하라”는 전보를 보내는 등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는 역사적 근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00년이 되도록 “(학살에 정부가 관여했다는) 정부 내 기록을 찾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역사수정주의자들이 득세한 후로는 아예 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도 버젓이 나온다. 역대 도쿄도지사가 계속 보내던 추도문을 2017년부터 보내지 않은 고이케 지사 역시 올해 2월 도쿄도의회에서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연구해 밝혀야 할 일”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학살 부정론자와 싸우는 일본인들도 많다. 올해는 100년을 맞아 일본 각지에서 추모행사나 전시, 학습회,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오는 31일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 희생자 추도대회’가 대표적이다. 다나카 히로시 이치바시대 명예교수 등 개인 192명과 단체 130여 곳이 이름을 올린 실행위원회는 2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에 학살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내달 2일 저녁엔 도쿄 국회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며 일본 정부에 보내는 항의문을 낭독하고, 다음 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지난 21일 도쿄도 신주쿠역 도쿄도청 앞에선 재일동포 및 일본인 대학생 150명이 학살을 기억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돌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행사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사전 학습회를 열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공부했고, 시위 후에도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나눴다. 학교에서 ‘가해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일본 젊은이들이 같은 세대 재일동포와 함께 100년 전 만행에 대해 직접 배우고 정부 책임을 묻는 시위에까지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리는 ‘제8회 전쟁의 가해 패널전’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특별 전시로 마련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을 조목조목 알려주는 전시를 1996년부터 매년 열어 온 다케오카 겐지(75)는 “(난징대학살 등) 일본이 2차 대전 중 일으킨 학살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