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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았다 일어서니 눈앞이 캄캄… 기립성 저혈압, 심각한 기저질환 아닐 때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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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가 지났지만 한낮 더위는 아직 찜통이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 한두 걸음을 걷는데 갑자기 눈앞이 노래지고 어찔하다. 옆에 있는 테이블이라도 잡지 못하면 핑하고 쓰러진다. 당사자는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기겁을 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 하는데 슬며시 정신을 되찾는다. 이게 바로 실신이다.
아마 실신 원인 중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일 것이다. 이는 환자가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일시적으로 동맥 혈압이 떨어지고 이차적으로 뇌 혈류가 감소돼 발생한다.
어지럽고 아마득하고 속이 메스껍기도 하며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청력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잘 안 들리며 심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잠시 올 수 있는데 연세가 많은 어르신과 평시 혈압이 낮은 사람, 또 몇 가지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특히 많이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며 발생하는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뇌는 심장보다 수직선상에 자리 잡고 있으니 심장은 중력 힘을 이겨 혈액을 뇌로 보내야 한다. 누워 있다 갑자기 일어서면 중력에 의해 흉곽 내에서 하지로 쏠리는 혈액량이 700mL나 된다. 그 결과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이 줄고 따라서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도 줄어들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이렇게 혈액이 다리로 쏠리더라도 정상적으로는 동맥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박동 수를 늘려 이를 보상하고자 한다. 대부분은 이런 노력이 성공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상 메커니즘이 충실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혈압이 떨어지며 뇌로 가는 혈액도 크게 지장을 받아 일시적인 뇌 빈혈을 일으켜 위에 기술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더위나 부족한 수분 섭취로 인해 탈수가 진행됐을 때 잘 생긴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빈혈이 있거나, 고혈압이나 심장병으로 베타차단제, 혈관 확장성 항고혈압약, 항부정맥약,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약을 복용해 발생하는 경우다.
또 잊지 말 것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약이다. 어떤 전립선약은 심한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한다. 중년 남성에서 고혈압과 전립선비대증으로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같이 복용하고 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 밖에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기도 하는데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이 대표적이다.
진단은 충분히 오래 누운 상태에서 안정한 뒤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후 일어나서 1분 간격으로 몇 분간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다. 3분 이내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 감소하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병원에서는 안전을 위해 기립경 검사라는 방법을 동원한다. 전동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혈압·맥박 심전도를 측정하며 단계적으로 침상을 일으켜 가며 측정을 되풀이한다.
증상이 생겨도 머리를 낮추거나 누우면 뇌로 가는 혈류가 금방 회복돼 좋아진다. 따라서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심장 신경성 실신과 더불어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서 당사자나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지만 심각한 기저질환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치료는 원인 약물을 중지하거나 탈수를 교정함으로써 쉽게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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