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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KT CEO의 숙제

입력
2023.08.26 1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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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영섭 KT 사장이 과거 LG CNS 사장 시절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임 김영섭 KT 사장이 과거 LG CNS 사장 시절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근 8개월 진통 끝에 KT의 새로운 사장으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30일 열리는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정식으로 사장에 취임한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서도 같은 이유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전 대표들과 다른 방식으로 KT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각 부서별로 별도 업무 보고를 받지 않고 한 장짜리 요약 문서로 갈음하며 자유 토론 방식을 선호한다. 거꾸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제의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신임 대표들이 의례히 꾸리는 인수위원회도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안팎에서 기대와 의문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LG CNS 대표로 일하며 인공지능(AI) 사업을 확대하는 등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만큼 신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 반면 통신서비스 업체인 LG유플러스에 근무한 적이 있지만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해서 통신 사업을 잘 모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임 대표가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를 떨치려면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KT의 당면 과제는 내부 문제보다 통신업계를 바라보는 정부 정책과 관련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통신업계도 이권 카르텔로 보고 있다. KT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고착화된 시장 구조 속에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며 이익을 내고 있어서 통신요금을 내리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는 치열한 경쟁으로 요금을 떨어뜨리는 메기 역할을 하는 제4이동통신을 도입하려 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도 제4이동통신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세대(G) 이동통신용 주파수의 할당 대가까지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신청 기업이 없다.

누구도 제4이동통신을 하려 들지 않는 이유는 전국에 통신망을 깔려면 워낙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휴대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써서 기존 통신 3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 수는 있지만 정작 업체 입장에서 돈만 쓰고 이득이 적은 실속 없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 손쉽게 쓸 만한 카드는 직접적인 요금 인하 압박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이 지난 2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렴한 5G 요금제가 부족하다며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통신업체들과 협의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KT 신임 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요금 인하 압박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비어있는 중간 금액의 요금제를 늘리는 것으로는 정부나 이용자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이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요금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섣부른 요금 인하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이익 침해여서 사실상 배임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거나 기존 요금을 내린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돈벌이를 마련해야 배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즉 본연의 통신 사업을 벗어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신임 대표의 또 다른 숙제다. 그런 점에서 통신 이외 다양한 사업을 해본 김 사장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연 요금 인하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신임 대표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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