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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재능

입력
2023.08.25 22:00
23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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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엔 재능이 필요한가요?" 한 강연장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듣던 참가자가 물었다. "재능, 필요하죠." "역시 그렇죠? 전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실망한 듯 참가자는 고개를 숙였다. "재능이 타고난 재능을 말하는 거라면, 저도 글쓰기 재능은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재능은 타고난 재능,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시작하는 재능, 꾸준히 하는 재능이에요." 이런 강의는 누가 시켜 듣는 게 아니다. 꼭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강의 신청일을 기다리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고, 강의 날짜를 기억하고, 시간에 맞춰 강의장을 찾아야 한다. 아니, 이 무더운 날 시원한 드라마를 봐도 되는데,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다니. 강의장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재능이 시작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건 재능이 아니라 노력 아닌가요?" "노력해야지 마음을 갖고 실행하는 것이 재능 같아요." 어쩌면 재능과 노력은 눈썹 하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노력은 자기조절능력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는가. "그럼 노력하면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엔 빠르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쭙잖은 재능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든 중간은 하며 산 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갖지 못했으므로 재능으로 인한 성공은 알 길이 없다. "글쎄요. 이긴다는 게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라면,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타고난 재능을 갖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재능이 없어도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물론 노력이 배신당하기도 하지만요."

타고난 재능이란 게 있긴 한 걸까. 의문도 든다. 재능을 찾는 것도 노력이고 재능을 가꾸는 것도 노력일 텐데. "저 사람은 정말 재능이 뛰어나." 생각했던 이가 전혀 두각을 내지 못하는 것도 보았고, "저 사람은 재능이 전혀 없는 일에 왜 저리 열심히 할까?" 생각했던 이가 만족한 삶을 사는 것도 보았다. 난 학창 시절 타고난 재능을 찾으려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악기, 미술, 공부. 무엇하나 타고난 재능은 없었다. 오랜 시간을 들이며 타고난 재능이 없음을 깨달은 후로 재능보단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집중하다 보니 원하게 된 대로 읽고 쓰는 삶을 살게 되었다.

하루 8시간 10시간 죽을힘을 다해 하나의 일에 집중하라는 말이 아니다. 모든 일을 하나의 일에 스포트라이트를 두고 모든 딴짓을 제거하라는 말도 아니다. 딴짓한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는 이야기다.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는 게 재능이고 최고의 노력이니까.

그럼 "당신의 아이가 재능을 보이는 것은 따로 있는데 다른 일에 집중한다면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아이가 지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줄 수 있을까. 이전에는 재능을 보이는 일로 아이의 마음이 옮겨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을 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재능이 아니라도 재능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만약 정말 타고난 재능이라면 딴짓으로 인해 재능은 더 크게 발휘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거로 생각하니까.

아,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나도 타고난 재능이 하나 있다. 나의 타고난 재능은 새로운 일의 시작을 즐긴다는 것. 다시 새로운 재능을 준비할 때다.


구선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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