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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하면 죽음뿐” 홍차 독살하거나 총격 살해… 의문사한 푸틴의 정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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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력에 도전한 상대에게 보복을 가했다. 이번 항공기 추락도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전용기 추락 사건에 대해 영국 비밀정보부(MI6) 국장을 지낸 리처드 디어러브는 이같이 말했다. 기체 결함 등에 따른 ‘사고’가 아니라, 프리고진 제거를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항공기 추락은 석연찮은 정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무장반란 2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프리고진은 ‘의문사로 최후를 맞은 푸틴의 정적들’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20년간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제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20명을 훨씬 웃돈다. 대부분 그의 치부를 폭로하거나 공개 비판을 했던 이들이다. 암살 수법은 △독극물에 의한 독살 △추락사 △총격 △극단적 선택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항공기 추락사는 프리고진이 유일하다.
프리고진처럼 최측근에서 ‘배신자’로 바뀐 경우도 드물다. “배신자의 최후를 보여주려고 ‘전용기 추락’이라는 공개 처형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잠재적 배신자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는 얘기다.
정적 제거에 가장 많이 활용된 건 독극물이나 총기였다. 2006년 6월 이른바 ‘홍차 독살 사건’으로 사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대표적이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인 그는 푸틴 대통령이 FSB 수장이었던 1998년, 내부 부패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하지만 6년 후 호텔에서 과거의 동료가 건네준 홍차를 마셨다가 숨을 거뒀다. 찻잔에선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검출됐다. 당시 리트비넨코는 체첸 학살을 폭로했다가 자택 주변에서 총격에 숨진 언론인 안나 폴리콥스카야의 의문사를 다룬 책을 쓰는 중이었다.
푸틴 정권을 공격해 온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도 독살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2020년 시베리아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가 쓰러졌는데, 독극물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비촉은 구소련군이 개발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자 대선 주자이기도 했던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는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체첸 사태의 진상을 팠던 언론인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도 2009년 괴한에 납치된 후 총살돼 숲에 버려졌다.
러시아 부호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동부 블라디미르시의 시의원이자 육류가공업체 소유주인 억만장자 파벨 안토프가 인도 여행 중 사망했다. 경찰은 그가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 침공 비판 글을 올린 ‘괘씸죄’로 표적이 됐다는 해석이 많다. 이보다 석 달 전,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코일의 회장 라빌 마가노프도 입원 중이던 병실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그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개 비판했던 인물이다.
‘창문 추락사’는 프리고진에게도 적잖은 공포를 준 듯하다. 마크 워커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지난 6월 말 무장반란 종료 후 프리고진 행방과 관련, “암살을 피하려 창문조차 없는 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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