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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한은, 성장률·기준금리 모두 ‘현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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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돈줄을 더 죄는 것도 난감하다.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지적대로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추가 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①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불안이 여전하다. 주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오름세, 기후 위기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7월 생산자물가는 네 달 만에 0.3% 반등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게다가 한은은 이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예상보다 크다"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을 3.3%에서 3.4%로 올려 잡았다.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②환율도 한 달 만에 1,340원대까지 올라서며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 긴축 기조가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에 달러 가치가 재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강도 긴축에도 고용과 소비 여건이 탄탄하고, 유럽과 영국은 물가 상승률이 5~6%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에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도 동반 하락 중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③고금리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문제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까지 네 달 연속 증가했고, 지난달엔 22개월 만에 가장 큰 6조 원이나 늘어났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폭이 크고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올해 1.4% 저성장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낮다. 한은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어려워졌다"며 내년 성장률은 2.2%로 0.1%포인트 낮췄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수출 빈자리를 채우던 민간 소비 동력마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한은은 하반기 민간 소비 전망을 1.4%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추지 않은 것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한은은 유커 덕분에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06%포인트 상승, 다른 하방 요인들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소비 인프라가 비슷한 싱가포르 사례를 토대로 하반기 중국인 입국자를 22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더 크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부진이 심화해 내수까지 위축되는 최악의 경우, 중국인 방한객 수와 대중 수출이 예상을 밑돌면서 올해 성장률이 1.2%까지 떨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안개들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인 10월에야 걷힐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중국 변수도 명확해질 것"이라며 "전망은 그때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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