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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운 영끌족, 연말정산 때 웃는다'... 돈이 보이는 세법

입력
2023.08.27 0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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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영향 주는 '2023 세법개정안' 해부
사적연금 1,500만 원까진 낮은 세율
전통시장·문화비 공제율 10%p 상향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연합뉴스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연합뉴스

최근 결혼을 했거나 앞둔 자녀에게 주택, 혼수 구입 몫으로 주는 재산 1억5,000만 원까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한 적 있으신가요? 정부가 지난달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적용을 목표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사안인데요. 세법개정안은 결혼자금 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 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담고 있습니다. 알면 돈이 보이는 세법개정안을 한 번 뜯어보겠습니다.

①사적연금, 월 125만 원으로

노후를 탄탄하게 대비하기 위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적연금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거나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사람에게 희소식이 있습니다.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에 대한 저율과세 상한선이 연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높아집니다.

현행 제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적연금도 소득이니 세금을 내는데요. 수령액이 연 1,200만 원 이하, 즉 월 100만 원을 밑돌면 소득세 부담이 작습니다. 60대 5.5%, 70대 4.4%, 80대 이상 3.3%의 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을 적용받죠. 사적연금을 연 1,200만 원 받는 80세 어르신의 소득세는 39만6,000원인 식입니다.

하지만 연 수령액이 1,200만 원을 웃돌면 세 부담은 갑자기 커집니다. 다른 소득과 더한 종합과세(세율 6~45%)나 별도의 분리과세(16.5%) 중 선택해야 하는데, 저율과세보다 세율이 훨씬 높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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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상대로 내년 1월부터 저율과세 구간이 넓어지면 당장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200만 원 초과~1,5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세금을 덜 내게 됩니다. 연 수령액 1,500만 원(월 125만 원)인 80세 수령자는 소득세 부담이 기존 247만5,000원(분리과세 적용 시)에서 200만 원 가까이 줄어들죠. 사적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예비 은퇴자는 여유가 된다면 연간 연금 수령액을 1,200만 원 이하에서 1,500만 원 이하로 높여 관리하는 게 유리합니다.

②영끌족, 고금리 충격 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길게 둔 직장인 대출자는 연말정산 때 환급금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고금리로 이자 갚기에 허덕이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자에게 도움 줄 세법 개정인데요. 정식 명칭은 '장기 주택저당 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정책입니다.

풀어쓰면 주담대 대출자가 1년 동안 갚은 이자는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 주는 제도입니다. 이자 상환액을 제외한 만큼 소득이 내려가면, 최종 소득세도 줄어 연말정산 환급액은 늘어나죠.

상환 기간 15년 이상이면서 대출금리는 묶어두고(고정금리),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함께 갚는(비거치식) 대출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습니다. 이 3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소득공제를 해 주는 이자 상환액 한도가 연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오릅니다. 내년 1월부터 상향하니 연말정산은 내후년에 반영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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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기간이 15년 이상이지만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중 하나만 해당하면 소득공제 한도가 1,500만 원에서 1,800만 원으로 상향합니다. 기재부는 이에 더해 관련 세제 혜택을 누리는 주택 요건도 기준시가 5억 원 이하→6억 원 이하로 높였습니다. 주담대를 새로 들거나 갈아탈 때 최적의 대출 조합을 찾는 게 고민일 텐데요. 상환 기간, 고정·변동금리 및 거치·비거치 여부뿐 아니라 이자상환 소득공제까지 염두에 두면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③산후조리비, 누구나 15% 공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면서 정부가 6월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내놓은 청년도약계좌 기억나시나요? 19~34세 중 일하는 청년이 매달 70만 원씩 5년간 4,200만 원을 넣으면 이자, 정부 지원을 더해 최대 5,000만 원까지 불릴 수 있는 상품인데요. 약 100만 명이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육아휴직 급여자는 이 상품에 들 수 없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처럼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 소득자는 가입을 제한했기 때문이죠.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자에게도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다가 출산,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쓴 아빠, 엄마를 다른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와 차별한다는 지적을 반영했죠. 다만 실제 가입은 관련법 통과 이후 내년 1월부터 가능합니다.

아이 키우는 가구를 위한 세제 혜택은 더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사업주가 아이를 낳거나, 6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주는 출산, 보육수당에 각각 월 10만 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는데요. 이 한도가 2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비과세 한도가 올라가는 만큼 월급 실수령액은 늘어나게 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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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후조리원 비용 200만 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 15%를 받는 대상은 연 급여 7,000만 원 이하 직장인에서 모든 직장인으로 넓어집니다. 고소득 직장인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면 세금을 최대 30만 원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또 0~6세 영유아 자녀에게 의료비를 많이 쓰는 가구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700만 원인 영유아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④고액 기부는 내년 추천

기부에 진심인 사람은 내년을 노려보길 추천합니다. 정부가 기부금특별세액공제란 제도를 내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기부금 1,000만 원 이하는 15%, 1,000만 원 초과분은 3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게 현행 제도인데요. 내년에만 3,000만 원 초과분에 공제율을 40%로 올립니다. 5,000만 원을 기부한다면 세액공제액은 기존 1,350만 원에서 1,550만 원으로 200만 원 늘어나게 되죠.

13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또 올해 연말까지 전통시장, 문화비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각각 40→50%, 30→40%로 오릅니다. 소득공제율이 올라간 만큼 연말정산 때 이득을 봅니다. 문화비에는 도서, 공연,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람료 등이 포함됩니다. 아울러 올해 10월부터 반려동물 치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진료 비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아서죠.

⑤중기 직원 세금 90% 깎고, 군인 목돈 마련

기존 제도를 변경하지 않고 연장하는 세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이 3년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청년 직원은 입사 후 5년 동안 소득세의 90%를 감면받아 10%만 내면 됩니다. 단 이렇게 깎아주는 세금은 200만 원을 넘길 수 없습니다. 소득세가 222만 원 이상이면 실제 납부 세액은 전체의 10%를 웃돈다는 뜻입니다.

군인의 목돈 형성을 지원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 비과세 적용 기한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합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군 복무기간 내내 매달 40만 원씩 저금하면 전역 때 최대 1,0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는 상품인데요.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는 일반 금융 상품에 붙는 이자소득세 15.4%를 매기지 않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올해 병사 월급이 이병 60만 원, 병장 100만 원이고 세제 혜택도 있으니 입대하자마자 가입하는 게 유리해 보입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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