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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주방장이 만드는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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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2020년 설립된 에니아이는 햄버거 패티를 굽는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을 개발한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에니아이 연구실에 들어서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사무실과 붙어 있는 연구실 한편에 마련한 조리실에서 알파 그릴 로봇이 계속 햄버거 패티를 굽고 있습니다. 지민수 에니아이 기술총괄(CTO)은 햄버거 패티를 구울 때 사람보다 로봇을 이용하는 게 더 빠르다고 합니다. '알파 그릴은 패티의 양면을 동시에 구워요."
로봇뿐 아니라 이 업체 직원들도 입사 첫날 패티를 굽는 조리 실습을 합니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로봇 사용법을 교육하는 류지은 에니아이 테스트 매니저가 직원들의 실습을 담당합니다. "제품을 직접 써보고 개발하는 것과 모르고 개발하는 것은 차이가 크죠. 패티의 조리 과정을 알고 있어야 좋은 로봇을 만들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입사 첫날부터 조리 실습을 해요."
햄버거 패티의 조리 과정은 따로 구입한 소고기와 지방을 섞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류 매니저가 미리 준비한 햄버거 패티용 다짐육을 이용해 둥근 모양의 패티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다짐육을 일정 크기로 공처럼 동그랗게 뭉친 뒤 햄버거 패티용 성형 틀 안에 넣습니다. 틀에 맞춰 누르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 모양이 완성됩니다. "로봇을 사용하면 사람과 달리 조리 시간을 초 단위로 관리할 수 있어요. 패티 두께도 1㎜ 단위로 조절할 수 있죠. 미세한 차이가 패티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알파 그릴 로봇은 거대한 오븐처럼 생겼습니다. 로봇 아래쪽 화면에서 조리 온도와 시간, 햄버거 패티 두께를 설정합니다. 이후 좌우로 나눈 두 구역을 이용해 한 번에 8개의 패티를 구울 수 있습니다. 류 매니저가 설정한 대로 로봇은 70초 동안 패티의 양면을 동시에 구웠습니다. "한 시간에 최대 200장의 패티를 구워요."
로봇은 조리뿐 아니라 청소까지 스스로 합니다. 조리 후 철판에 남은 기름과 찌꺼기를 스스로 긁어냅니다. "조리 기구는 청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을 세척하기 쉽도록 방수 설계도 잘 돼 있어요."
이와 함께 로봇은 조리 과정도 자동 촬영합니다. "로봇 양쪽에 패티 조리 과정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요. 영상은 인터넷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돼 필요할 때 조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죠."
안전 감지기도 설치돼 있어 작동 중 손을 넣으면 로봇이 알아서 작동을 중지합니다. "손을 떼면 다시 움직이죠."
로봇이 패티를 모두 구워내자 류 매니저가 패티의 온도를 쟀습니다. "갓 구운 패티의 온도를 바로 측정했을 때 섭씨 72도 이상이면 다 익은 거예요."
이처럼 일련의 햄버거 요리를 실습하는 과정은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소속 팀이 다르면 서로 말을 잘하지 않는데 함께 실습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친해질 수 있죠."
햄버거 패티 로봇은 내년에 새롭게 진화할 예정입니다. 이 업체는 패티를 굽고 포장까지 해주는 로봇 '알파 키친'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햄버거 전체를 자동화하는 로봇이죠. 패티를 굽는 동안 빵 위에 소스를 뿌리고 채소, 치즈 등 각종 재료를 올려줘요. 여기에 다 구운 패티를 올려 햄버거가 완성되면 포장까지 해요. 햄버거가 손님에게 나가기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으로 처리하죠. 이를 통해 햄버거 매장의 효율성을 높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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