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변경만 12번… 혁신과 도전으로 연 매출 1억서 2200억

입력
2023.08.2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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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강소기업] <8> 전남 화순 '다스코'
가드레일 생산, 건설, 신재생에너지… 연이은 도전
불모지 뛰어들어 기술 혁신으로 성장에 성장 거듭
"100대 기업보다 100년 기업으로 기억됐으면"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한상원 다스코 회장은 22일 전남 화순군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화순=김진영 기자

한상원 다스코 회장은 22일 전남 화순군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화순=김진영 기자

창업 후 40년간 12차례나 업종을 변경한 회사가 있다. 더 놀라운 건 가드레일 생산부터 바닥 건축, 단열재에 이어 신재생에너지까지. 업종을 바꿀 때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업의 이름은 ‘다스코’. 지난 22일 전남 화순 본사에서 만난 한상원(69) 다스코 회장은 “자전거가 서 있으면 넘어지듯 생존을 꿈꾸는 기업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도매상, 안전한 가드레일 첫 혁신

다스코 전남 화순 본사 전경. 다스코 제공

다스코 전남 화순 본사 전경. 다스코 제공

다스코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반복하지 않았다면 광주의 작은 도매상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다스코는 1983년 창업한 ‘동아앵글’이 모태다. 진열대 앵글이나 철제 울타리를 조립해 파는 면적 20㎡(약 6평)의 작은 가게로 연 매출이 1억 원도 안 됐다.

한 회장은 조립ㆍ시공업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996년 지금의 본사가 있는 화순에 ‘동아기공’을 창업했다. 당시는 전국적으로 2차선 국도를 고속화하던 시기로 한 회장은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 이후 끊임없는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안전한 가드레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당시 고속도로, 국도에서 80~100㎞로 달리는 차량이 충돌했을 때 시설물이 깨지거나 차량이 시설물을 타고 넘어가는 사례가 허다했다”고 회고했다. 국내에는 안전한 가드레일이란 개념도, 충돌시험장도 없던 시기라 미국까지 건너가 기술 검증을 받았다. 1999년 영종대교를 시작으로 인천대교, 광안대교, 영동대교, 천호대교 등 굵직한 교량의 가드레일을 만들었다. 2004년엔 코스피에도 상장됐다.

성공했지만 또 새 분야 도전

연 매출 500억 원의 기업이 됐지만 다스코의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한 회장은 성장 속에서도 위기를 예감했다. 가드레일은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쓰는 시설물이라 어느 순간에 한계에 직면할 거란 예측이었다. 2013년에 건설자재 시장을 두드렸고, 2018년엔 다스코로 회사명을 바꾼 뒤 ‘WBA(Welded Wier/Bar Reinforcement Mat)’라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철근을 용접 매트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 여건에 맞게 가공 조립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인력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 회장은 인구 감소로 숙련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상승하면 철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공법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또 한번 맞아떨어졌다.

다스코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의 폭을 또 넓히고 있다. 얼마 전엔 포스코와 손잡고 ‘친환경 수상, 태양광 구조물’을 개발했다. 일반 아연도금 제품보다 5배 이상 부식이 강하다. 다스코는 지난해 새만금지역 대규모 태양광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고, 400억 원 규모의 200메가와트(㎿)급 고흥만, 해창만 해양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에도 성공했다. 2020년 말 기준 다스코의 연 매출은 2,245억 원에 달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남기고 싶어"

한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전남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남기고 싶어서다. 그는 “젊은 인구가 전남을 떠나는 이유는 농사는 소득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도시만큼 소득을 보장해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스코가 100대 기업보다 100년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 기업의 사회적 공헌,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학은 다스코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다스코는 전남 나주 영산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매년 학생과 교사 30여 명을 선발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 유명 대학과 이튼스쿨, 해로스쿨 같은 명문고에 보내 견문을 넓히게 하고 있다. 단, 학교법인은 절대 교사와 교직원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5년간 25억 원을 투입하는 등 시설 확충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회장은 “전남을 인재 육성의 산실로 만들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남,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화순=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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