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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딩동댕 유치원의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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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파리 여행 첫날, 한인택시를 예약했다. 기사님은 아이 휠체어를 실어주며 안쓰럽다는 눈초리로 "특수학교에만 다니겠네요?"라고 말했다. 20년 전 이민 왔다는 그분에게는 '장애아는 특수학교를 다닌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나 보다. "아, 일반학교 다녀요. 지금 대부분의 한국 장애학생(73%)이 일반학교 다니기도 하고요."
장애인이 사회에 통합돼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유엔장애인인권협약에도 쓰여 있다(한국은 이 협약을 2008년에 서명했다). 이렇듯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장애학생은 '특수'란 이름을 붙인 곳―그게 학교든, 학급이든, 시설이든―에만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흔하다.
바로 이런 인식 때문일까? 지난 8월 15일 장애아 부모들은 한 기사를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EBS 유아동프로그램인 '딩동댕유치원'에 별이란 캐릭터가 새로 등장하는데, 캐릭터 설명에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서 유치원에 다니지는 않지만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이미 실제 유치원에는 장애아동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딩동댕유치원'은 한국 영유아프로그램 최초로 휠체어 탄 하늘이를 2022년 처음 등장시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기에 당혹감은 더했다.
나는 '딩동댕유치원'이 절대로 별이를 유치원에서 분리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PD를 만난 적이 있다. 이지현 PD는 "아이 학교에 장애학생이 있던 걸 계기로 장애캐릭터 도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었다. 휴일 저녁에 이 PD에게 급히 연락했다.
그러면 그렇지. 보도자료가 잘못 표현된 것이었다. 제작진은 빠르게 해명 자료를 냈다. "별이는 당연히 딩동댕유치원의 일원입니다. 자기소개를 한 후 유치원에 들어오는 설정입니다."
이런 작은 소동 끝에 별이는 지난 18일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별이는 갖가지 자동차 이름을 줄줄이 외우지만 언어 표현은 잘하지 못한다. '우영우' 캐릭터처럼 주변의 시각, 청각 자극에 훨씬 더 민감하다. 극중 별이는 경적소리에 놀라서 심하게 떤다. 별이를 딩동댕선생님이 따뜻하게 안아준다.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별이의 특징을 알려주는 부분에선 눈시울이 붉어졌다. "별이에게는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선생님은 장애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별이의 특징을 잘 설명했다.
이어서 나온 노래에서는 결국 눈물샘이 터졌다. 자폐를 가진 아이를 '상자를 썼다'고 표현한 이 노래에서 이 아이는 "사람들은 내 상자를 두들겨댔어/ 난 슬펐어"라고 읊조린다. 자폐인을 비롯해 장애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빨리 박스에서 빠져나오라'며 윽박질러대는 세상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이런 감동은 나만 받았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형의 자폐를 동생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고맙다", "발달장애 친구에 대해 딩동댕선생님처럼 설명해 줬더라면 좋았겠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보고 교육방송 수신료의 가치를 느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별이 주변에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 이주 배경 가정의 아이, 조손가정 아이 캐릭터가 있다. 수어 노래도 나온다. 이 프로그램을 본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세상에서는 비로소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보든, 손가락을 두드려대는 자폐인을 보든 '어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대신 우리 사회의 당연한 이웃으로 인식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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