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위험 알고도 대책 없던 샤니, 산업안전법 위반"

입력
2023.08.22 17:10
수정
2023.08.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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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정의당 '끼임 사고 법 위반 검토'
"안전보건교육·안전조치 의무 위반" 주장
고용노동부 샤니 성남·대구공장 기획감독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검토'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왼쪽) 변호사가 사고가 발생한 볼(통) 리프트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최나실 기자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검토'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왼쪽) 변호사가 사고가 발생한 볼(통) 리프트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최나실 기자

SPC 계열사인 샤니 성남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에 대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정황이 확인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단체는 허영인 SPC 회장을 비롯해 샤니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검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사고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장 시찰, 사측 제출 자료 등을 종합할 때 산안법상 안전보건교육(29조) 및 안전조치(38조) 의무를 샤니 측이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8일, 10년 경력의 노동자 A(55)씨가 빵 반죽 분할 중량을 맞추려 반죽분할기에 부착된 볼트를 조절하던 중 A씨 위에 매달려 있던 배합볼(반죽통)이 하강해 발생했다. A씨와 2인 1조로 일하던 동료 B(55)씨가 작업 도중 배합볼이 매달려 있던 리프트의 '하강 버튼'을 눌렀고, 이내 A씨의 흉·복부가 배합볼과 분할기 사이에 끼여 장 파열이 발생한 것.

끼임 사고가 발생한 샤니 성남공장 '치즈 케이크' 분할 공정에 대한 '안전작업 표준서'. 위험요인으로 '리프트 상승·하강 중 협착 또는 볼 낙하로 인한 위험'이 명시되어 있으나, 리프트 이동 시에 접근을 말라거나 배합볼을 내린 이후 작업하라는 등 구체적 안전 수칙은 나와 있지 않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끼임 사고가 발생한 샤니 성남공장 '치즈 케이크' 분할 공정에 대한 '안전작업 표준서'. 위험요인으로 '리프트 상승·하강 중 협착 또는 볼 낙하로 인한 위험'이 명시되어 있으나, 리프트 이동 시에 접근을 말라거나 배합볼을 내린 이후 작업하라는 등 구체적 안전 수칙은 나와 있지 않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권 변호사는 ①볼(통) 리프트 설비 위험에 대한 작업안전수칙·관리 부재 ②재해 예방을 위한 방호장치 부재 또는 미작동 ③부실한 안전교육 등을 산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지금껏 경찰 수사나 사측 발표에 따르면 B씨가 실수로 리프트 하강 버튼을 누른 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회사의 관리 부실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치즈 케이크 분할 공정의 '안전작업 표준서'를 보면, 샤니는 이미 '리프트 상승 하강 중 이격부 협착 및 볼 낙하'를 위험 요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리프트가 움직이거나 배합볼이 올라가 있으면 리프트 작동 경로 내 접근이나 작업을 못 하게 금지시켰어야 하지만 안전 수칙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야만 했던 이유를 수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안전하게 배합볼을 땅에 내린 후 다시 작업을 이어갈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작업장 내 다른 리프트와 달리,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에는 경광등과 경보음 장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리프트 상승·하강 조절 장치가 '자동'으로 돼있던 것도 문제라며 "수동 선택 기능이 사용 정지됐거나 고장 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자동 모드면 리프트 하강에 20초, 수동 모드면 40초가 걸린다고 한다.

'허울뿐인 안전교육'도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권 변호사는 주장했다. 샤니가 제출한 7월 안전보건교육 실시 내용을 보면, 사고가 난 공정 라인에서 안전교육이 이뤄진 것은 12분(1일)·10분(17일)·13분(26일) 3차례뿐이었고 이마저도 교육 내용에 '작업 전 5분 스트레칭'이 포함돼 실제 교육 시간은 총 21분 정도였다는 것이다. 교육 내용도 △장난치지 말자 △서두르지 말자 △가동 중인 기계에 손대지 말자 등 '7대 안전 수칙' 구호를 제창하는 정도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권 변호사는 지적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검토'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왼쪽) 변호사가 '추가로 수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밝히고 있다. 최나실 기자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검토'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왼쪽) 변호사가 '추가로 수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밝히고 있다. 최나실 기자

권 변호사는 "샤니 임원 인사와 안전경영 예산을 결정하고, 샤니 사업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허영인 회장을 본 사건 경영책임자나 공범에 포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샤니의 산안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샤니 성남·대구공장에 대한 기획 감독도 실시 중이다. 조사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사고 때도 약 4개월간 수사가 이어진 끝에 올해 2월에야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

샤니 관계자는 "현재 노동부과 경찰 등 관계당국에서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 중이며, 이번에 제기된 내용은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추측성 주장에 불과하다"며 "당사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관계당국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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