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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항마' 디샌티스의 추락... '깜짝 2위' 라마스와미가 뜬다

입력
2023.08.22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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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경선, '2위 싸움' 치열
인도계 기업인 라마스와미 급부상 중

최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위협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 디모인=AFP 연합뉴스

최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위협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 디모인=AFP 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몇 달 전만 해도 내년 대선과 관련해 보수 진영에서 미는 '최대 잠룡'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제는 공화당 경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위 자리 수성마저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인도계 기업가이자 '젊은 피'인 비벡 라마스와미(38)가 급부상한 탓이다.

한때 트럼프 대항마… 디샌티스, 지지율 추락

1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미 에머슨대가 지난 16, 17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포인트)에서 디샌티스와 라마스와미는 각각 지지율 10%를 기록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56%의 지지 응답을 얻어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대목은 디샌티스와 라마스와미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같은 조사에서 디샌티스는 21% 지지율을 얻어 단독 2위에 올랐으나, 이번엔 반토막이 났다. 반면 라마스와미는 당시 2%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5배나 껑충 뛰었다. 더힐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라마스와미를 때리기 위해 '큰 망치를 가져가라'는 메모가 디샌티스의 슈퍼팩(정치자금 후원단체)인 '네버 백 다운'에서 유출된 가운데 나왔다"며 "라마스와미가 디샌티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샌티스 지지층 사이 균열은 뚜렷하다. 에머슨대는 "라마스와미 지지자의 절반가량이 그에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는데, 디샌티스 지지자는 3분의 1만 같은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80%에 달하는 트럼프는커녕 라마스와미에도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9~11일 뉴햄프셔주의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 8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에머슨대의 지지율 조사에서 디샌티스는 아예 3위로 내려앉았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9%)에게 1%포인트 뒤진 8%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인도계 기업인, 라마스와미는 누구?

이제 미국 보수층의 시선은 '정치 신인' 라마스와미로 향하고 있다. 디샌티스가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위해 설득력 없는 문화전쟁에 몰두하는 사이, 라마스와미가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다.

1985년생으로 최연소 공화당 경선주자인 라마스와미는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젊은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에머슨대 여론조사기관의 스펜서 킴볼 디렉터는 "라마스와미는 석사 학위를 가진 유권자의 17%, 35세 미만 유권자의 16%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것도 (대중이 직업 정치인들에 지친) 이 시대에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극우 포퓰리즘과 젊은 에너지의 만남에 일부 유권자가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라마스와미의 공약은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다. 그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 정책에서도 군대 동원 필요성을 내세우는 등 강경 일변도다.

2014년 바이오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업한 백만장자인 라마스와미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계기도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수십 차례 인터뷰였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PC)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비판한 저서 '워크(Woke) 주식회사'를 2021년 펴내기도 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비벡 라마스와미가 12일 미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주박람회 대담이 끝난 후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디모인=AP 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비벡 라마스와미가 12일 미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주박람회 대담이 끝난 후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디모인=AP 연합뉴스


'공화당 백인 유권자' 마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저학력 백인 남성의 지지를 업고 승리했듯,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인 라마스와미가 대반전을 이루려면 85%에 이르는 공화당 백인 유권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현재로선 그의 배경이 무기보다는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소수자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의사인 어머니,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변리사로 일한 아버지를 둔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인도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최상위층(브라만) 계급 출신이기도 하다.

'2위 싸움'이 격화할수록 결국 웃는 건 트럼프가 될 공산이 크다. 오는 23일 공화당 경선 첫 토론회와 관련, 트럼프는 불참을 선언했다. 압도적 1위인 만큼, 굳이 토로에 나설 필요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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