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를 관광객 놀이터로 만든 에어비앤비… “밤샘 파티에 뜬눈으로”

주택가를 관광객 놀이터로 만든 에어비앤비… “밤샘 파티에 뜬눈으로”

입력
2023.08.29 16:00
수정
2023.08.31 19: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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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오피스텔·아파트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급증
대부분 지자체 등록 안 한 ‘불법’ 숙박 영업
막대한 수익 올려도 처벌은 솜방망이 벌금
쓰레기·소음 날벼락... 거주민들 "스트레스"

편집자주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오피스텔 거주민 전용 출입구에 부착된 불법 공유숙박 금지 안내문. 건축법상 업무용으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은 숙박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박준석 기자

수도권의 한 빌라 단지에 사는 A씨에게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니라 불편한 금요일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소리, 시끄러운 음악이 밤새 들려왔다. 처음엔 “집들이하는 것 같으니 금요일만 참자”고 넘겼지만,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파티가 이어졌다. A씨는 윗집이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매일 밤잠을 설쳤는데, 윗집에선 돈을 긁어모았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곧장 불법 숙박업소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관광지 주민들만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로 고통받는 게 아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도 사생활 침해,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숙소지만, 현장 적발이 어려워 단속은 쉽지 않다.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AirDNA)'에서 서울 지역에 등록된 에어비앤비 숙소를 조회하면 1만5,619곳으로 집계된다. 이는 서울에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한 합법 숙소 1,380곳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에어비앤비 숙소 상당수가 지자체에 영업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업체라는 의미다. 에어디앤에이 홈페이지 캡처

현행법상 도시에서 주택을 숙박시설로 쓰려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민박업)’ 등록을 해야 한다.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입주자 동의도 받아야 한다. 내국인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민박업 등록 후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에 특례 신청까지 해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 탓에 서울에서 민박업 등록ㆍ영업 중인 ‘합법’ 숙소는 1,380곳(한옥 포함 시 1,536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에 따르면, 서울 내 에어비앤비 숙소는 1만5,000여 곳. 상당수가 불법 숙소인 셈이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문제는 저렴한 불법 에어비앤비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민들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의 B오피스텔은 최소 7개 호실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었다.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숙박업이 불가능하지만, 명동과 강남 등 주요 관광지가 가깝고 20층 이상 고층에서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용산구에는 외부인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한 주민은 “캐리어 끄는 외국인부터 파티하러 오는 젊은이까지 수시로 드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위생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강남역 인근 C오피스텔 관리사무소장은 “분리수거 개념이 없는 외국인들이 각종 쓰레기를 봉투에 섞어 담아 아무 데나 버리고 간다”며 “악취와 벌레 문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에어비앤비로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통로에 노상방뇨나 구토를 해놓기 일쑤”라는 부산의 한 오피스텔 거주민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오피스텔을 활용한 서울의 한 불법 숙박업소. 서울시 제공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예약 결제 전까지 주소가 공개되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다. 주소를 파악해 현장을 방문해도 투숙객이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처벌도 약하다. 지난해 서울 중구 오피스텔 23개 호실을 3개월간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한 호스트(방 빌려주는 사람)는 벌금 300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게다가 현행법엔 불법 숙박업으로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조항도 없다. 막대한 수익을 올려도 벌금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호텔보다 싼 가격에 현지 주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유숙박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빈방’을 공급하는 호스트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단속이 ‘두더지 게임’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한국관광학회장)는 “소음과 쓰레기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공유숙박을 양성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의 역습 - 참을 수 없는 고통, 소음> 인터랙티브 콘텐츠 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517140000790


<글 싣는 순서>

①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

②비극은 캐리어 소리부터

③저가 관광과 손잡은 시장님

④다가오는 관광의 종말

⑤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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