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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즐겁게 하러 백화점 가는 남성들 유혹하는 소리의 정체는

입력
2023.08.22 07: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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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국내 최대 하이엔드 오디오 매장
"최근 3년 동안 오디오 매출 30%씩 증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오디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오디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헤어질 결심'에는 주인공 송서래의 첫 번째 남편 기도수의 다양한 '고급 취미'가 나온다. 롤렉스 시계를 차고 대만의 고급 위스키 카발란(Kavalan)을 마시는 그의 거실에는 진공관 앰프를 쓰는 하이엔드 오디오도 있다. 눈 밝은 관객들은 그가 쓰는 파워앰프가 오리지널 제품이 1억 원 넘는 '웨스턴 일렉트릭91B'일 것으로 추정했다.

원음에 가까운 초고음질을 구현하는 하이엔드 오디오는 더 이상 소수 마니아만의 취미가 아니다. 그동안 오디오 브랜드의 주요 가게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몰려 있는 데다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용기 내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백화점에서도 하이엔드 오디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2014년 '뱅앤올룹슨'을 시작으로 '보스', 'ODE'를 비롯해 지난해 10월에는 비틀스가 앨범 '애비 로드'를 녹음한 스튜디오에서 쓴 것으로 유명한 영국 최고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까지 들여와 국내 백화점 중 가장 큰 하이엔드 오디오 매장을 완성했다.



"코로나가 키운 시장, 남성이 주력 타깃"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의 801 시그니처.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의 801 시그니처.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 업계는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즐기는 고급 취향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세를 탔다고 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20년부터 본점의 오디오 매출이 연 평균 30% 상승 중"이라며 "바워스앤윌킨스의 오디오가 3,000만원대를 호가하지만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에서 하이엔드 오디오가 팔릴까 의문을 가졌던 업체들도 이제는 먼저 들어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갤러리아백화점도 6월 이탈리아 오디오 브랜드 '브리온베가'와 하이엔드 오디오 편집매장 '오디오갤러리'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복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브리온베가는 1,000만 원 후반대를 넘는 고가였음에도 실제 판매가 이뤄졌다고 백화점 측은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신(新)명품'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 주요 타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바워스앤윌킨스도 볼보자동차의 고급 스피커 옵션으로 들어가 남성들 사이에 인지도가 더 높다"며 "기존 명품이 여성 타깃 제품이 많았으나 하이엔드 오디오는 주력이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롯데백화점 본점은 다음 달 13일까지 11개 음향 업체가 참여한 백화점 최초의 하이엔드 오디오쇼인 '더 사운즈(THE SOUNDS)'를 개최한다. 22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인기 모델부터 신제품까지 첫선을 보이고 200만 원부터 1억 원대까지 100여 제품을 대상으로 최대 30% 할인도 해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순 제품 진열이 아니라 거실 같은 쇼룸을 꾸미고 청음 클래스와 강의도 진행한다"며 "본점, 잠실점 등 대형 점포 위주로 오디오 쇼를 정례화해 롯데백화점을 '하이엔드 오디오 1번지'로 각인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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