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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남대문시장

입력
2023.08.21 17:00
수정
2023.08.21 17: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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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모습. 뉴스1

지난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모습.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남대문시장은 남다른 장소다. 모친이 과거 남대문시장에서 수공예품 장사를 해, 오 시장 학비를 마련한 애틋한 기억 때문이다.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오 시장에게 모친을 기억한 상인이 반가움을 표시해 화제가 됐다. 그런 오 시장이 남대문시장 재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된 남대문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주목된다.

□ 남대문시장은 조선시대 칠패시장을 시초로 꼽는다. 일제강점기에 상권이 일본 상인들에게 잠식당했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모이면서 동대문시장과 함께 국내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거듭났다. 옷 가게로 유명하지만, 꽃 도매시장과 안경점 등 각양각색 물건들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남대문시장이다. 갈치조림 골목을 비롯해 먹거리도 빠지지 않으니, 외국인들에게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힐 수밖에 없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 실제 평일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보면, 외국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공간을 찾기 어렵고, 위생 불량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곳도 목격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지만, 인프라 부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8년 숭례문 화재도 아픈 기억이지만,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불이 1977년 대형화재 기억을 되살려 한숨을 쓸어내리게 했다.

□ 서울시가 남대문시장 재정비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간 남대문시장은 숭례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돼 개발이 제한돼 있었는데, 문화재청에 규제 완화를 신청해 새 모습으로 단장하겠다는 취지다. 일단 최대 3층으로 제한된 고도 제한을 10~17층까지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시가 발표했다. 문화재청의 심의가 나면 남대문시장 현대화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대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이었다. 서민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역사성을 살리는 공간으로 거듭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오 시장이 감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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