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의 문을 연 한미일 공동선언

입력
2023.08.22 04:30
25면
윤석열(왼쪽부터)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왼쪽부터)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994년 한미일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된 이래로 30여 년 만에 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담이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됐다. 캠프 데이비드는 처칠 전 영국 수상이 1943년 2차 세계 대전의 종전 논의를 위해 방문한 이래로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사적 상징의 장소가 되어왔는데, 바로 여기서 한미일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협력을 위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그리고 '3자 협의 공약'을 발표했다.

한미일은 왜 이 시점에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그리고 이에 기반한 3국의 구체적 협력 과제들을 선언했는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가 거대하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된 문제의식 때문이다. 지정학적 경쟁, 신기술 탈취, 공급망 및 금융 문제, 거짓정보, 보건문제, 기후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북한의 공세적 핵정책과 핵미사일의 전략적 시험, 북중러 3자 간 전략적 협력 관계 공고화 등은 빠른 속도로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는 복합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위협과 복합위기에 따른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책들이 위협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셈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주요 전환기적 국면마다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만들고자 했던 시대정신의 발현이다.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자국뿐만 아니라 인태 지역과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들과 구성 국가들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협력과 지원을 캠프 데이비드 원칙, 정신, 공약의 3개 문서에 담고 있다. 한미일은 국제법, 공동 규범, 그리고 공동 가치 존중을 바탕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고 증진하되 힘에 의한 또는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3국은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한 인권 및 인도적 사안 해결 추진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했다.

3국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토대 위에 정보 공유 증대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 연례적인 3국 간 다영역 군사훈련, 한미일 북한 사이버 실무그룹 출범 등 포괄적이고 정교한 협력 대응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공급망 3각 연대'를 꾀하는 한편, 혁신기술 보호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한 점은 국제사회의 번영과 평화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래를 향한 계획과 설계의 중요성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한미일 고위급 협의체의 제도화다. 현재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와 미래의 문제와 분리할 수도 없고 분리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소통과 협력의 메커니즘이 안정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현안뿐만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태지역 소다자 협의체 중 정상부터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 협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키로 한 것은 한미일 협의체가 유일무이하며 재무장관 회의 신설 합의와 차관보 주도의 인도-태평양 대화를 시작하기로 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와 지역 안정과 평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일 3국 정상들이 역사적 장소에서 새 시대를 향한 3국의 협력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국제질서의 안정과 평화의 장을 여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