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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퍼즐의 완성과 도전

입력
2023.08.22 00:0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1998년 북한의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 이후 한미일 3국 간에 '대북정책조정감독기구(TCOG)'가 만들어졌었다. TCOG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흐지부지된 뒤로 20여 년 동안 한미일 3자협력은 금단의 영역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미일 안보협력의 수준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퀀텀 점프를 달성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부활로 냉전 종식 이후 유지해 오던 일방적 패권의 상대적 쇠퇴를 경험했던 미국은 오커스(AUKUS)와 쿼드(Quad) 등을 내세워 동맹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이러한 동맹 네트워크 작업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는 작업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별개로 작동해 왔던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동조성을 강화하는 데 통 크게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되었다'고까지 쓴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공동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한미일 방어 훈련을 연례화하고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눈앞의 위협으로 다가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방어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한미일 연대가 유효한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도 확보할 수 있는 단초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일동맹의 '현대화'를 내세워 추진해 왔던 방위력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 또한 한미일 3국의 공통 위협 쪽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정신'과 '원칙' 그리고 '공약' 등 3개의 문서 중 가장 민감하게 해석된 것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었다. 이 문서에서 한미일 3국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도전과 위협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는 각국의 우선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처럼 명백한 3국 공통의 위협도 존재하지만, 동중국해 분쟁과 같은 사안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기반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몰라도 공동의 대응에 나서는 데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해당 사안이 발생했을 때 3국의 메시지는 '동조화(align)'하고 대응조치는 '조율(coordinate)'한다는 미묘한 표현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의 소산일 것이다. 정보 공유와 메시지 및 공동의 대응조치에 대한 협의 의무를 약속(pledge)할 것이라던 미국 측 고위관계자의 사전브리핑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intend'라는 표현에 합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러한 미묘한 틈새를 헤집는 시험용 도발행동에 나설 개연성이 존재한다. 중국이 북한을 앞세울 수도 있지만 북한이 중국의 의중을 읽고 저강도 도발을 통해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이행 방식을 테스트해 볼 가능성이 크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실행계획을 고민해야 할 시간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이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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