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길고양이인 줄 알고..” 가사도우미 들어간 그 집에선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3.08.21 09:00


AI 앵커가 전해드립니다. 동그람이 이동슈 시작합니다.

가사도우미에게 집 청소를 맡겼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키우던 고양이가 피투성이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동물학대 혐의로 가사도우미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고양이 보호자는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가사도우미를 구한 뒤, 청소를 맡기고 외출했습니다. 보호자는 “고양이가 있으니 문을 열어놓지 말고 일해달라”고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가사도우미에게 남겼습니다. 또한, 고양이에 대해 추가로 주의할 내용을 쪽지에 적어 집에 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집에 돌아올 무렵,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복도에는 핏자국이 선명했습니다. 대문 앞에는 보호자가 키우는 ‘타래’라는 고양이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타래는 몸 곳곳이 피투성이였습니다.

보호자는 황급히 타래를 동물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외상으로 인한 뇌진탕과 어금니 골절, 근육 손상 등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또한 네 발에 있던 발톱이 전부 부러지거나 빠졌다고 합니다.

병원 진단을 받자마자 보호자는 가사도우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돌아온 가사도우미의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길고양이로 알고 때렸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가사도우미는 고양이가 집 밖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사도우미는 “집에 있는 고양이는 한마리 뿐이라, 밖에서 들어온 줄 알고 쫓아내려 했다”며 “고의로 한 것이 아니니 알아서 하라”는 답만 남겼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건물 밖에서 고양이가 들어온 장면은 찍히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가사도우미를 경찰에 신고하자 가사도우미의 아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겁니다. 가사도우미의 아들은 보호자가 사는 지역을 언급하며 ‘지금 그쪽으로 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이 사실에 위협감을 느낀 보호자는 경찰에 스토킹 범죄로 이 남성을 신고했습니다.

게다가 현장에는 가사도우미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CCTV에는 가사도우미가 보호자의 집에 들어간 지 2시간 뒤, 중년 남성 1명이 추가로 나타나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이 집에 드나든 이유에 대해 “일을 도우려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남성은 “집에 들어갔을 땐 고양이가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주방 싱크대 밑에 들어간 고양이를 잡아서 내쫓았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자는 이 또한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집에 들어올 사람은 가사도우미 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남성이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었다”고 말하며 보호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경찰은 보호자가 고양이가 다친 것에 대해 재물손괴로 추가 고소를 하려 하자 “이미 동물학대에 재물손괴가 포함돼 있다”며 추가 고소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로, 혐의를 확정해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물권연구 변호사단체 PNR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동물학대 처벌이 과거보다 상향됐다”며 “(경찰이)형량 차이가 거의 없는 재물손괴를 굳이 병합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중년 남성이 허락 없이 집에 드나든 ‘주거침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동의 없이 피해자의 거주지에 들어간 만큼, 그 사유를 좀 더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신 변호사는 “알선 업체에서도 관리 소홀의 문제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주선한 업체는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치료비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업체가 실제 보호자에게 연락한 시점은 이 사건이 보도되고 하루가 지난 뒤였습니다. 보호자가 업체 입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피해를 입은 타래는 아직도 건강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보호자는 “타래가 여전히 숨어서 떨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타래가 무사히 회복될지, 이번 사건을 수사기관이 어떻게 처리할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더 많은 동물 뉴스 만나보기▼


정리 =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사진 = 고양이 '타래' 보호자 제공, 국가법령정보시스템 캡처, vrew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