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ARM·인스타카트가 움직인다... 스타트업 겨울 끝나나

입력
2023.08.2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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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세계 IPO 건수 등 소폭 상승
"ARM 상장 계기 IPO 늘 것" 기대감

식료품 구매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인스타카트는 이르면 9월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AP 연합뉴스

식료품 구매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인스타카트는 이르면 9월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유독 매서웠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지난해 끌어들인 투자액은 약 4,210억 달러(약 565조4,030억 원)로 6,210억 달러였던 전년(2021년) 대비 32%나 급감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거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이 말라붙은 탓이다. 2021년 1,070건이 넘었던 기업공개(IPO)도 729건으로 줄었다. 세계 기술 스타트업들의 정리 해고를 추적하는 사이트(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해 해고된 인원은 16만4,700여 명에 이른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한때 최대 4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가 올해 초 상장을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철회 공시를 낸 국내 기업은 13개로 역대 가장 많았다. 상장을 강행해도 흥행하기 어렵단 판단에 어쩔 수 없이 상장 연기·취소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긴 겨울이 마침내 끝나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계속 줄어들던 신규 유니콘(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수와 IPO 건수가 2분기 반등하면서다. 올 IPO 최대어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이르면 9월 미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약 18개월 만의 대형 기술기업의 IPO로 테크업계에선 이를 시작으로 상장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스타트업의 IPO가 잇따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ARM, 상장 시 시총 80조 원 전망... IPO 잇따를 듯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ARM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설계회사로 2016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320억 달러(약 42조9,760억 원)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투자 실적 악화 등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2020년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상장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 상장 시 ARM의 시가 총액은 600억 달러(약 80조5,800억 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연 올해 IPO 중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식료품 구매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스타카트도 이르면 9월 중 IPO에 나설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무기한 연기했던 상장을 1년여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업체 클라비요도 다음 달 상장을 목표로 빠르면 다음 주 재무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투자자들은 2021, 2022년 IPO를 계획했다가 미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딧, 디스코드와 여행 서비스 업체 나반 등도 (IPO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IPO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만 잇따른 올해 상반기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시장에선 IPO 대어인 ARM과 인스타카트 등이 상장하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분위기였던 IPO 시장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본다. 신원확인 서비스업체 소큐어 창업자 조니 에이어스는 "누구나 첫 번째가 되는 위험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선두 회사들이 IPO에 성공하면 더 많은 회사가 빠르게 (IPO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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