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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업사이클링, 탄소배출 줄이는 순환경제 비즈니스의 시작"

입력
2023.08.22 13:57

[소상한 토크 #28] 폐기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폐기되는 현수막. 소재 특성상 재활용도 어려워 소각 또는 매립해 처리해야 하니 환경에 당연히 해롭다.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 최재엽 예그린애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재엽 대표. 예그린애드 제공

최재엽 대표. 예그린애드 제공

-사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수막 납품 사업, 그리고 현수막을 수거해 폐기물을 줄이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수막은 한 번 쓰고 버려지니,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할 것 같습니다. 보통 버려지는 양이 어느 정도인가요?

"2021년에 계산을 해보니 (우리 회사가) 총 1.7톤을 썼더라고요. 이를 전부 친환경현수막으로 교체하면 약 2.5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을 통해서는 약 3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추진하는 순환경제 비즈니스로 1년간 840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버려지는 현수막의 양은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우리 같은 기업이 이곳 광명시에만 10개가 넘고, 이를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개로 환산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겠죠."

-현수막을 어떻게 업사이클링하나요?

"주로 가방을 만듭니다. 최근엔 마포청소년문회의집 행사에서 수거한 현수막으로 가방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투 또는 서류봉투를 대체할 파우치 상품도 만들 수 있고요."

-업사이클링의 다른 사례도 좀 더 소개해주세요.

"현수막 업사이클리닝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됩니다. 새마을부녀회나 지역 내 동아리 같은 곳에서 에코백이나 낙엽을 담는 봉투 같은 제품을 만들어 기부하지만, 일회성 사업이라는 한계도 명확하죠. 반면 우리는 일반 공산품 제작처럼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진행해, 완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달리) 우리는 직접 현수막을 제작하니 소재 수급의 문제도 없고, 언제든 제작해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요."

폐연수막을 재봉하여 업사이클링하는 공정. 예그린애드 제공

폐연수막을 재봉하여 업사이클링하는 공정. 예그린애드 제공

-업사이클링 제품의 상품화를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여러 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디자이너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폐현수막과 자투리 원단을 활용한 피크닉 상품, 캠핑 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상품화하고 있어요. 아산나눔재단의 프론티어 아카데미도 참여했습니다. 그 곳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기관들이 여러 행사에서 현수막을 쓰는 건 필수불가결한 일이잖아요. 그 현수막을 수거해, 다시 그 기관을 위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죠."

소상공인 디자이너와 협업 개발한 피크닉 방석. 예그린애드 제공

소상공인 디자이너와 협업 개발한 피크닉 방석. 예그린애드 제공

-현수막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가업입니다. 아버지는 판촉물과 실사 인쇄 쪽 사업을 하셨는데, 아버지 일을 돕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에 들어오게 됐네요. 제가 구현한 디자인이 10미터가 넘는 현수막으로 나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친환경 사업을 구상했나요?

"3년 전쯤 현수막 사업과 독립서점 운영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가방이나 비닐가방을 대체할만한 것을 찾다가, 현수막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떠올렸어요. 자투리로 가방을 만들어 서점에서 나눠주니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한 거죠. 이후 운이 좋게 환경부 새활용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생산 시스템도 갖추게 됐고요."

-소상공인이 ESG 경영을 시도한다는 게 무척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오히려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의 ESG 실천이 더 쉽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작으니 곧바로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도 제가 직접 관여해 일을 하다 보니 바로 비즈니스에 적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독립서점 운영 당시 판매한 현수막 업사이클링 가방. 예그린애드 제공

독립서점 운영 당시 판매한 현수막 업사이클링 가방. 예그린애드 제공

-상생이나 협업 전략도 계획하고 있나요.

"지역자활센터와 협업해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해보려고 합니다. 가방 하나를 만드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각 공정은 매우 세분화돼 있어서요. 각 공정에 필요한 인력에 취약 계층을 투입하는 거죠. 제품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고려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업사이클링을 시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전국적으로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앞서 말한 여러 기관 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 디자이너들과 피크닉 방석, 햇빛 가리개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런 협업을 통해 서로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해요."

-현수막 제작이라는 업태 특성상 로컬 비즈니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향후 확장 계획이 있으신가요?

"먼저 품목을 늘릴 생각입니다. 현수막뿐 아니라 간판, 배너 같은 홍보물도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요. 이런 홍보용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방법을 찾고 디자인할 계획이에요. 예를 들어 버려지는 채널 간판을 모아 철자로 콜라주를 해 이색 간판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죠. 다음으로는 (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협회 구성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수막 폐기물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분들과 연대하고 싶어요. 우리 같이 지역에서 업사이클링을 하는 업체와 디자이너를 발굴해 함께 협회를 만들어 전국적인 규모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연구개발도 더 이뤄질 수 있고, 친환경 디자이너 육성사업 등 또 다른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까지 열심히 달려봐야죠."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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