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한 자율주행…부적절한 성관계 차량 악용

입력
2023.08.19 14:00
수정
2023.09.08 18:25

미 샌프란시스코 완전무인택시 부작용
완전무인택시 이용자, 차량 내 성행위 밝혀
사회적 논란 가중될 듯
[아로마스픽(56)]8.14~18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제너럴모터스(GM) 로보택시 계열사인 크루즈는 10일부터 24시간 연중무휴 완전무인택시 운행에 들어갔다.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제너럴모터스(GM) 로보택시 계열사인 크루즈는 10일부터 24시간 연중무휴 완전무인택시 운행에 들어갔다.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내가 선구자인 것 같다.”

흐뭇함과 떳떳함이 버무려진 듯했다. 얼핏 보면 이전까진 볼 수 없었던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다는 자화자찬에 가까웠다. 부끄러움이나 창피함보단 먼저 경험한 신기함에 더 큰 의미를 가져갔다. 언론 인터뷰에 나선 그는 “미국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란 사실을 깨닫는 것도 재미있다”며 긍정적인 소감까지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내 상업용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에서 체험한 알렉스(가명)의 부적절한 성관계 스토리다. “로보택시에서만 3번의 성관계를 가졌다”면서 전해진 그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현지 매체인 미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에 실렸다. 이날 스탠더드엔 4명의 로보택시 탑승자들의 체험기가 소개됐다. 매건으로 알려진 또 다른 로보택시 이용자는 “이상적이진 않지만 우리는 공공장소에 있었고, 그것이 금지된 것이란 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그릇된 행위임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삐딱선’으로 들어섰단 얘기였다.

2022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야간 로보택시를 운영해왔던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가 지난 10일, 관계 당국의 24시간 운행 허가까지 획득하면서 나타난 부정적인 사례다. 양사엔 차량 서비스 요금을 승객에게 부과 가능한 권한도 주어졌다. 크루즈는 밤엔 300대를, 낮엔 100대를 각각 운영 중이고 웨이모는 250대를 운행하고 있다.

사실, 로보택시 365일 상용화에 따른 이런 유형의 부작용은 진즉부터 점쳐졌다. 지난 2018년 '관광 연구 연감' 저널에 나왔던 한 보고서는 "시간 단위로 이용되는 호텔이 자율주행 차량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듬해인 2019년엔 자율주행 장치인 오토파일럿으로 이동 중이었던 테슬라 차량에서 성관계를 가진 한 커플의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현 엑스)에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오토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는데…"라고 전했다. 이미 자율주행 속 실생활에서 예측됐던 우려가 현실로 돌아온 셈이다.

현지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 앞에서 로보택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현지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 앞에서 로보택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로보택시의 샌프란시스코 내 상용화에 대해선 진통도 컸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허가된 로보택시 연중무휴 운행 안건은 앞선 6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시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2차례나 연기됐다.

반대 측에선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최초 연중 무휴 로보택시 도시’란 타이틀을 가져간 대신 지불해야 할 유무형적인 손실도 상당하다”며 아우성이다. 당장 현지에선 “100% 안전성을 미확보한 로보택시에게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아야 되냐”는 지적부터 비등하다. 미 CNBC 등에 따르면 로보택시 운행이 허용된 다음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선 10대의 차량이 갑작스럽게 도로에서 약 15분가량 일시 정지된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에서 열렸던 음악 축제로 인해 휴대폰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하여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지역 내에선 교통 체증을 불러왔다. 만약 긴급 출동으로 이 지역을 지나야 할 소방차나 응급구조차량이 있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었던 상황이다. 로보택시의 연중 무휴 상용화 허용 직후 "더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확대함에 따라 규제당국과 응급 구조대, 기타 주요 이해 관계자와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던 크루즈 측의 성명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일자리 문제도 불거질 태세다. 로보택시의 경우 요금이 일반 택시 등에 비해 저렴한 데다 별도 팁 계산도 필요 없다. 기존 택시 운전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나선 이유다.

이에 반해 찬성 측에선 “기존 택시 운전자들이 장애인들의 탑승을 꺼리면서 빚어졌던 차별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로보택시 운행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기술적인 발전이 더해질 경우, 우려된 로보택시의 사고 역시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 나타날 무형의 효과 역시 적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기존 우버 등을 포함한 차량호출 업체 및 택시업계와의 건전한 경쟁으로부터 파생될 소비자들의 편익도 증진될 것이란 진단에서다.

한편, 크루즈 측은 이번에 로보택시 탑승자로부터 불거진 논란과 관련,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불법 행위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규칙에 서명을 해야 한다"며 "차량 내 성관계는 '부적절한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후속조치에 들어갈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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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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