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니 청량한 음료? 맥주 커피 탄산수 줄이세요

입력
2023.08.19 15:00
구독

체온 더 올리는 술, 혈관 확장돼 빨리 취해
술과 함께 마시는 탄산수 혈중알코올농도 올려
술·커피는 탈수 유도… 아침 충분한 물 한잔 도움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위에 지쳐 누워 있다. 뉴스1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위에 지쳐 누워 있다. 뉴스1

야외 활동이 힘들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머리가 띵할 정도의 차가운 음료가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업무 중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퇴근 후에는 시원한 맥주가, 때때로 더운 속을 날려줄 탄산수가 자꾸 당기죠.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조금이라도 체온을 내리는 데 도움 될 것 같고, 심리적으로도 시원한 기분이 드니까요.

실제 주류업계와 편의점업체는 여름을 대목이라 여깁니다. 6~8월 맥주 판매량이 다른 계절보다 20~30% 증가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나 음료를 마실 때 쓰는 일회용 얼음컵은 이 기간 매출 1위 품목에 오르죠.

하지만 우리가 자주 찾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커피), 맥주(술), 탄산수(탄산음료)의 청량감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더위에 별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해로우니 극심한 더위에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술, 무더위에 의존도 높아지고 체온 조절도 방해

지난 1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서 관계자가 할인 쿠폰 등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서 관계자가 할인 쿠폰 등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이 술과 커피, 탄산음료를 피하라고 하는 이유는 더위와 상극이기 때문입니다. 더위에 우리 몸을 지키려면 체온 조절이 원활해야 하고 체내 수분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 음료는 체온 조절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체온을 올리죠. 또 수분을 빼앗기 때문에 탈수 증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은 더위 노출로 체온이 상승할 경우 서둘러 열을 내보내려 장기를 열심히 움직입니다. 땀 배출을 위해 말초혈관이 확장하는데요. 넓어진 혈관으로 피가 몰리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은 많은 혈액을 몸 곳곳에 보내기 위해 더 많이 일합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술이 들어가면 체온이 더 오르게 되죠. 가뜩이나 더운데 술까지 체온을 올리니 혈관과 심장은 이전보다 더 쉬지 않고 일해야 합니다. 문제는 혈관이 확장된 상태라 체내 알코올 흡수가 다른 계절보다 더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겨울보다 여름에 취기가 더 빨리 올라오는 이유인데, 이 과정에서 심장과 신체가 버티지 못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심장마비까지 올 수 있습니다. 평소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폭염 속 음주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여름에 더 빨리 취하는 건 체내 열배출 기전도 있지만, 알코올 특성상 '술이 술을 부르게' 되기 때문이죠. 여름은 습한 무더위 탓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장마와 태풍으로 일조량까지 줄어드는 날에는 기분이 처지고 울적해집니다. 이때 스트레스를 날리겠다며 술에 손을 대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불쾌지수가 올라갈 때마다 술을 찾게 되면 습관화돼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적당량의 술은 알코올이 뇌에 쾌락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은 양의 술을 찾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운동선수들은 시합·연습 때 고카페인 음료 피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1호점 개점 24주년을 기념해 트렌타 사이즈를 한정 기간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 코리아가 1호점 개점 24주년을 기념해 트렌타 사이즈를 한정 기간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톡 쏘는 탄산수도 많이 찾으시죠. 탄산음료를 마시면 안에 있는 탄산가스로 트림이 나오니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해졌다는 만족감이 듭니다. 역시 기분에 속고 있는 겁니다.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오히려 위장에 부담이 커져 속이 더부룩해집니다.

요즘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 먹는 하이볼이 인기인데요. 술과 섞어 먹는 탄산수는 다음 날 숙취를 더 심하게 하는 주범입니다. 탄산이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도와 혈중알코올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간의 해독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숙취가 심해집니다.

그렇다면 커피는 더위에 왜 안 좋을까요. 커피 속 카페인이 체내 수분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데요. 즉 체내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여름은 땀을 많이 흘리는 탓에 가뜩이나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인데 이뇨 작용으로 수분이 더 많이 방출되면 미네랄과 전해질 등이 많이 배출돼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홍차나 녹차, 콜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운동선수들은 연습이나 시합 때 고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뇨 작용으로 탈수가 오기 때문"이라며 "일반인이 폭염에 고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땀 많이 흐르니 일부러 소금 먹기? 이미 너무 많이 섭취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한가위 명절선물전& 2023 소금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천일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한가위 명절선물전& 2023 소금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천일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땀이 뚝뚝 흐르면 그만큼 체내 염분이 많이 빠져나갈까 걱정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금만 따로 먹어주는 게 좋다는 말까지 도는데요.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땀은 99%가 물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는 나트륨, 염소, 젖산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땀으로 배출되는 소금의 양은 하루 0.1~0.2g이고, 요즘 같은 폭염에는 많이 흘려야 2g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한국인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19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 2,000㎎의 2배 이상인 4,854㎎입니다. WHO의 권고대로면 하루 먹어야 하는 소금의 양은 5g 정도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약 11g을 먹는다는 뜻인데요.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아침에 즐겨 먹는 베이글 1개에만 460~505㎎의 나트륨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는지 알 수 있겠죠. 여기에 소금을 더 먹게 되면 전해질 균형이 깨져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여름 찜통더위는 9월 초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음료 하나라도 몸을 생각해 마셔야 합니다. 술과 커피, 탄산수, 카페인 음료는 피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물이 아니라면 당이 적은 이온음료도 좋고요. 하루에 2~2.5L의 물을 마시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500mL가량의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술자리를 가질 경우에는 음주 전후나 도중에 물을 충분히 마셔 몸속 수분을 보충해 줘야 합니다. 또 여름에 즐겨 먹는 과일인 참외나 수박은 수분 함량이 높아 도움이 됩니다.

류호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